
솔직히 말하면, 브루클린에 살면서 영화 보다가 '어, 저 골목 나 매일 지나가는 데잖아'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가족들이랑 TV 보다가 배경이 어디냐고 물어볼 때마다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 제대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브루클린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역시 2015년 개봉한 영화 '브루클린(Brooklyn)'입니다. 아일랜드 이민자 에일리스가 1950년대 브루클린에 정착하는 이야기인데, 실제 촬영은 퀸즈와 브루클린 일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동네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2002년 개봉한 스파이크 리 감독의 '25시(25th Hour)'는 맨해튼 형사 마약 수사물이지만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 일대가 주요 촬영지로 등장합니다. 에드워드 노튼이 브루클린 출신 마약 딜러 역할을 맡아 도시 풍경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TV 드라마 쪽에서는 'Girls(걸스)'가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HBO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방영된 이 시리즈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와 그린포인트 일대를 무대로 젊은 여성들의 일상을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한나의 아파트는 실제 그린포인트 157 Norman Avenue 근처 건물을 모델로 했으며, 촬영에도 해당 동네의 카페, 식당, 공원 등이 실제 그대로 등장합니다. 'Boardwalk Empire(보드워크 엠파이어)'는 주로 애틀랜틱시티를 배경으로 하지만, 브루클린 해군 조선소(Brooklyn Navy Yard) 인근에서 1920년대 뉴욕 세트를 만들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토니 마네로(Tony Manero)'의 원작이자 1977년 존 트라볼타 주연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는 브루클린 베이 릿지(Bay Ridge) 지역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토니가 일하는 페인트 가게가 있는 거리와 디스코 클럽 '2001 오딧세이(2001 Odyssey)'는 실제 베이 릿지 86번가 일대에 있었습니다.
현재 그 자리에는 다른 가게들이 들어섰지만 팬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브루클린 다운타운과 덤보(DUMBO) 지역은 수많은 영화와 광고의 촬영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덤보의 워싱턴 스트리트에서 맨해튼 브리지가 액자처럼 보이는 구도는 이미 수백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클래식 뷰입니다. 우리 동네가 이렇게 많은 작품의 배경이 됐다는 걸 알고 나면, 매일 지나치는 거리가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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