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업계에 그야말로 '핵폭탄급' 빅딜이 터졌습니다.
미디어 제국 폭스(Fox Corp.)가 스트리밍 플랫폼의 숨은 강자 로쿠(Roku)를 무려 220억 달러(약 30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겁니다.
Roku? 그게 뭔데?"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TV 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와, 폭스가 저걸 샀다고?"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왜냐하면 로쿠는 TV 업계의 숨겨진 최종 보스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로쿠가 뭐 하는 회사인데 22B 인가?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 세상에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이 있다면 미국 TV 세상에는 로쿠가 있습니다.
원래 로쿠는 넷플릭스 사내 프로젝트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려던 시절 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셋톱박스를 만들다가 분사해 나온 회사가 바로 로쿠입니다.
2008년 출시된 로쿠 박스는 당시 혁명이었습니다.
스마트 TV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대박은 셋톱박스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TCL, 하이센스, 샤프, RCA 같은 수많은 TV들이 로쿠 운영체제를 사용합니다.
미국인들이 TV를 켜면 가장 먼저 보는 화면이 바로 로쿠입니다.
한마디로 TV 제조사는 집을 짓고, 로쿠는 그 집의 현관문을 장악한 셈입니다.
그런데 로쿠는 돈을 어떻게 벌까?
많은 사람들이 로쿠를 전자제품 회사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광고 회사에 더 가깝습니다.
2025년 기준 로쿠 매출은 약 42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광고와 플랫폼 사업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셋톱박스나 리모컨을 팔아 버는 돈보다 광고가 훨씬 중요합니다.
로쿠는 사용자가 무엇을 보는지 압니다.
넷플릭스를 보는지, 유튜브를 보는지, ESPN을 보는지, 하루 몇 시간 TV를 켜는지, 어떤 광고를 클릭하는지 모두 데이터로 수집합니다.
구글이 인터넷 검색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로쿠는 미국인의 거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광고주들이 로쿠를 좋아합니다.
광고비가 계속 몰리는 이유죠.
실제로 로쿠는 전 세계 1억 개 이상의 활성 계정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국 가정 상당수가 이미 로쿠 생태계 안에 들어와 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닙니다.
폭스는 왜 30조 원을 질렀을까?
폭스는 이미 콘텐츠 부자입니다.
Fox News, Fox Sports, FS1, Big Ten Network, 그리고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Tubi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뉴스도 있고 스포츠도 있고 드라마도 있습니다.
그런데 없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랫폼입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폭스는 콘텐츠는 만들지만 결국 남의 플랫폼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폭스는 미국인들이 TV를 켰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화면을 손에 넣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세입자 생활을 청산하고 건물주가 된 것입니다.
결국 이 거래의 진짜 의미는?
이번 인수는 단순히 방송사가 스트리밍 회사를 산 것이 아닙니다.
미디어 업계의 권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예전에는 "콘텐츠가 왕(Content is King)"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플랫폼이 왕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소비자가 들어오는 입구를 장악한 회사가 결국 가장 강합니다.
20년 전 넷플릭스 사무실 한구석에서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가 이제는 220억 달러짜리 거물이 됐습니다.
그리고 폭스는 그 거인을 사들이며 미국 TV 시장의 입구를 통째로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컴캐스트가 모두 로쿠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이번 거래는 방송사 인수가 아니라 미국 거실의 리모컨을 누가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전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뉴멕시코친구
Sunny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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