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아침마다 두 시간씩 잔디를 깎고 화단을 손질하던 한 은퇴 부부가 있다. 처음 몇 년은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지만, 요즘은 허리와 무릎이 예전 같지 않다며 마당 관리 업체를 부를지 아예 마당이 없는 곳으로 옮길지 고민 중이다. 업체를 부르면 매달 100달러 안팎이 추가로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는, 차라리 관리비가 포함된 콘도로 옮기는 쪽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고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은퇴를 앞둔 한인 가정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먼저 숫자로 짚어보자. LA 시내 단독주택 중위가는 약 97만 달러, 콘도 중위가는 70만 달러다(2026년 자료). 단독주택과 콘도 사이에 27만 달러 가까운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집값에서 끝나지 않는다. 콘도로 옮기면 매달 HOA비용(Homeowners Association, 입주자 관리비)이 새로 생긴다. LA 시내 콘도의 HOA 중위 비용은 월 479달러이며(2024년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 2026년 기준 평균은 340달러에서 388달러 사이로 나타난다. 다운타운이나 웨스트사이드의 풀서비스 고층 건물은 700달러에서 1,200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여기에 냉난방비를 더해보자. LA 전력을 공급하는 LADWP의 2026년 여름 요금은 사용량 구간에 따라 킬로와트시당 26.4센트, 32.3센트, 41.0센트로 나뉜다. 평균 여름철 전기요금은 월 140달러에서 230달러 사이로 나타나며, 실효요금은 26센트에서 31센트 수준이다(Solar.com, Helios Energy 2026년 자료). 단독주택은 냉방 면적이 넓어 이 구간을 넘기기 쉽고, 콘도는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아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다만 콘도 HOA에 냉난방 관련 공용 설비 유지비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개별 청구서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총액을 비교하는 편이 정확하다.
보험료도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이다. 단독주택은 지붕, 외벽, 마당까지 전부 개인 보험으로 책임져야 하지만, 콘도는 건물 골조와 공용 구역에 대한 보험을 HOA가 단체로 들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 항목이 줄어드는 편이다. 대신 HOA비용 안에 이 보험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최근 몇 년간 특별부과금이 있었는지는 매물마다 다르니 계약 전 HOA 재무 자료를 직접 요청해 확인하는 편이 좋다.
세금 쪽도 짚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재산세는 Proposition 13에 따라 매입가 기준 1%가 기본이고, 지방세를 더하면 실효세율은 1.1%에서 1.3% 사이로 움직인다. 오래 거주한 단독주택은 낮은 평가액 덕분에 재산세 부담이 작은 경우가 많다. 콘도로 이사하면서 이 혜택이 사라질까 걱정된다면 Proposition 19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55세 이상은 기존 재산세 과세표준을 새 주택으로 최대 세 번까지 옮길 수 있어, 다운사이징으로 인한 세금 부담 증가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숫자를 다시 정리해 보면, 단독주택 중위가 97만 달러 기준으로 재산세와 여름철 전기요금, 보험료를 합친 고정비는 콘도 대비 매달 상당한 격차가 난다. 반대로 콘도는 집값 자체가 낮고 HOA비용 안에 마당 관리, 건물 보험, 외벽 유지보수가 묶여 있어 매달 나가는 돈은 예측 가능하지만 총액이 항상 더 저렴한 것은 아니다. 결국 마당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해 볼 때, 은퇴 후 삶에서 그 시간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가 판단의 핵심이 된다.
마당 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 HOA비용, 냉난방비, 보험료, 재산세까지 합산해 놓고 보면 어느 쪽이 실질적으로 유리한지 그림이 나온다. 다만 학군이나 생활권이 바뀌는 경우라면 배정 학교나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이 내용은 투자나 법률 조언이 아니며, 실제 결정 전에는 부동산 전문가와 세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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