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 지도 헉! 벌써 20년...
흠칫 놀랄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에서 보냈다.
그런데도 여전히 목돈이나 모아놓은 큰돈 나가는 일만 생기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차를 사거나, 집을 사거나, 보험을 새로 들거나... 뭐든 큰 돈 나갈때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맴돈다.
"이거 잘하는 거 맞나?"
"혹시 지금 내가 멍청한 결정 내리고 있는 건 아닌가?"
살면서 그렇게 몇 번이고 자문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그런 걱정은 하겠지만, 이민 온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있다.
문화도 다르고, 정보도 부족하고,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으니까.
나는 늘 안전빵을 찾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새가슴 덕분에 이상하게도 망한 적은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9년, 부모님 반대 무릅쓰고 산 내집.. 정확히는 2베드 콘도다.
당시 가진 돈 긁어모으고, 은행 대출까지 껴서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인근에 급매 나온 콘도를 그당시 20만불 주고 샀다.
부모님과 형은 연신 고개를 저으시며 "집값 더 떨어질 거다"라고 하였고, 친구들은 "지금 부동산이 무너지고 있는데 왜 지금 사냐"고 했다.
하지만 28만불 하던 콘도가 20만불인건 나에겐 안전한 투자였다.
내가 살집인데 뺏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어짜피 렌트나갈거 안내고 20만불에 무려 8만불 싸게 살 기회니까.
솔직히 한 2년은 걱정이 컷다... 지금 기억에 잘못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화도 안되고 항상 손발이 차가웠다.
그때 주식은 폭락하고, 파산하는 회사는 매일 생기고, 직장도 계속 다니게 될지 몰랐고, 뭐 하나 확신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 내 집은 두배 이상 올랐다.
세금도 좀 많이 나가고, 관리비도 나가고 하지만, 그 집 덕분에 "그래도 나, 뭔가 하나는 잘했구나"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코인. 그렇다. 암호화폐.
한때 주변에서 "지금 안 들어가면 바보다"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친구 중 한 명은 2021년에 열정적으로 이상한 잡 코인에 몰빵했다.
"이거 $100까지 간다. 지금 $20불이야 늦기 전에 너도 들어와!"
"흠... 일단 지켜보자."
그 친구, $30,000 투자하고 지금 5,000도 못 건졌다고 울상이다.
나는 그때 "겁쟁이" 소리 들으면서도 안 들어간 덕분에, 지금도 코인 말만 나와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래서 그런가.
요즘은 가끔 내 새가슴이 은근히 효자 같기도 하다.
무모한 모험보다, 꾸역꾸역 한 발씩 나아가는 게 내 스타일인 거다.
인생이라는 건, 꼭 대박을 터뜨려야만 성공은 아닌 것 같다.
크게 망하지 않고, 잘 버티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올라간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배운 미국살이의 진짜 기술이다.
나는 오늘도 새가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