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항공사 27곳 무더기 제재, 미국이 노리는 진짜 효과 - Los Angeles - 1

9월 8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 항공사 27곳을 포함해 개인과 기업, 기관 등 모두 36개 대상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조치는 '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하나다. 말 그대로 이란을 국제 금융과 무역망에서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란 항공사가 미국에 취항하는 것도 아닌데 미국이 제재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을까.

당장 비행기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그것을 노리는 게 아니다.

항공산업은 자동차나 일반 제조업과 조금 다르다. 비행기 한 대를 계속 띄우려면 부품과 엔진 정비는 물론이고 보험, 금융, 화물운송, 해외 공항 서비스까지 수많은 해외 업체가 필요하다. 특히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서방 항공기를 운영하려면 국제적인 부품과 정비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가 어렵다.

미국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란 항공사와 직접 거래하는 회사뿐 아니라 항공기와 부품을 구해주고 화물을 운송해주는 제3국 업체까지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제재에도 마한항공이 미국산 보잉 777을 확보하도록 도운 해외 업체들이 포함됐다.

마한항공은 이 전략을 이해하기 좋은 사례다. 미국은 2011년부터 마한항공을 제재해왔다.

그런데 마한항공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3국과 중개업체를 거쳐 항공기와 부품을 확보하면서 계속 운항했다.

미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항공사 하나를 제재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항공사가 살아남도록 도와주는 주변 업체까지 함께 압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미국 제재의 힘이 나온다. 튀르키예나 말레이시아의 정상적인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란 항공사와 거래해서 돈을 조금 벌기 위해 미국 금융 시스템과의 거래가 어려워질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

결국 거래를 포기하는 회사가 늘어난다. 그렇다고 이란 항공기가 다음 날부터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오랫동안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우회 거래에도 익숙하다.

다른 중개업체를 찾고 중고 항공기를 구하고 부품을 비싸게 사들이면서 버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돈이 더 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로라면 100에 구할 부품을 여러 나라와 중개업체를 거치면서 150이나 200을 주고 구해야 할 수도 있다. 항공기 구입도 어려워지고 보험과 금융 비용도 올라간다. 정비 가능한 항공기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점점 힘들어진다.

결국 이번 제재의 핵심은 이란 항공기를 당장 세우는 것이 아니다. 비행기를 한 대 띄우는 비용을 계속 높이는 것이다. 한두 달을 보면 별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몇 년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공기는 계속 노후화되고 부품은 부족해지고 새로운 항공기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다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항공산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과 이란 정부를 굴복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제재로 항공편이 줄고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이란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항공료 상승과 운항편 감소 같은 불편은 일반 국민이 먼저 체감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이번 제재의 효과를 "이란 비행기가 몇 대 멈췄느냐"로 판단하면 안 된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훨씬 장기적이다.

이란 항공산업이 국제 공급망에 접근하는 길을 하나씩 막아 결국 비행기를 유지하는 것 자체를 비싸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비행기를 오늘 세우는 제재가 아니라, 내일 띄우기 더 어렵게 만드는 제재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