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 위치만 바꿔도 집 와이파이가 확 빨라지는 이유 - Lynnwood - 1

인터넷이 느리다고 하면 다들 제일 먼저 플랜부터 올립니다. 그런데 매달 돈을 더 내기 전에 확인할 게 하나 있어요. 공유기가 지금 집 어디에 놓여 있느냐입니다.

집 보러 다니다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공유기가 거실 TV장 안쪽이나 차고 옆 벽 구석, 아니면 바닥에 그냥 놓여 있는 집이 정말 많아요.

설치 기사가 케이블 들어오는 자리에 꽂아두고 간 그대로인 겁니다. 편한 자리지 좋은 자리는 아니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와이파이는 결국 전파고, 공유기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갑니다. 위아래 방향까지 다 포함해서요.

그러니 집 한쪽 끝 구석에 두면 신호의 상당 부분이 바깥벽 너머 이웃집이나 마당으로 새어 나갑니다. 정작 반대편 침실은 늘 신호가 약하고요.

바닥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에 두면 아래쪽으로 퍼지는 신호는 그냥 마루와 기초 쪽으로 사라져 버려요.

그래서 대부분의 가이드가 같은 얘기를 합니다. 집 중앙, 높은 곳, 막힌 데 없는 곳. 이 세 가지가 기본입니다.

여기서 중앙이라는 건 도면상 정중앙이 아닙니다. 실제로 와이파이를 많이 쓰는 공간들의 가운데라는 뜻이에요. 재택근무 방과 아이 방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사이 어딘가가 정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이는 선반이나 책장 위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이드마다 권하는 숫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바닥보다는 허리 위, 가능하면 눈높이 가까이가 낫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요.

2층 집이라면 아래층 천장 가까이나 위층 바닥 가까이에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호가 두 층에 고르게 걸치도록 하자는 거죠.

다음은 장애물입니다. 이 부분이 제일 의외라는 분들이 많아요.

첫째는 전자레인지입니다. 전자레인지는 2.45GHz 근처에서 작동하는데, 이게 와이파이 2.4GHz 대역과 겹칩니다.

차폐가 돼 있긴 해도 작동 중에 새어 나오는 에너지가 근처 와이파이를 흔들 수 있어요. 점심 데울 때마다 화상회의가 끊긴다면 이걸 의심해 볼 만합니다.

둘째는 물입니다. 물은 전파를 잘 흡수해요. 그래서 공유기와 소파 사이에 큰 어항이 있으면 그 뒤가 음영 지역이 되기 쉽습니다.

셋째는 금속과 거울이에요. 냉장고, 세탁기 같은 큰 금속 가전은 신호를 반사하거나 흡수합니다. 큰 거울은 뒷면 금속 코팅 때문에 신호를 튕겨내고요.

넷째는 두꺼운 벽입니다. 미국 주택은 대부분 목조에 드라이월이라 그나마 낫지만, 벽난로 주변 벽돌이나 콘크리트 벽은 확실히 신호를 깎아 먹습니다.

TV장 안에 넣어두는 것도 생각보다 손해가 큽니다. 깔끔해 보이긴 하는데, 사방이 나무판으로 막히고 뒤에는 TV 본체까지 있으니까요.

주파수 대역도 같이 알아두면 좋습니다. 2.4GHz는 멀리 가고 벽도 잘 통과하지만 느리고 간섭이 많아요.

5GHz는 빠르고 간섭이 적은 대신 도달 거리가 짧고 벽에 약합니다. 그래서 공유기와 가까운 기기는 5GHz, 먼 방 기기는 2.4GHz로 나눠 쓰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에요.

참고로 6GHz를 쓰는 와이파이 6E, 7 공유기도 늘고 있는데, 이쪽은 더 빠른 대신 벽에는 더 약한 편입니다. 장비가 좋아질수록 위치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죠.

요즘 공유기는 대역을 자동으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특정 방에서만 계속 느리다면 위치 문제인지 대역 문제인지 한 번 나눠서 보는 게 맞습니다.

확인 방법도 어렵지 않아요. 휴대폰에 와이파이 분석 앱 하나 깔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신호 세기를 재보면 됩니다. 속도 측정 사이트로 방별 속도를 적어두는 것도 좋고요.

그다음 공유기를 옮기고 하루 이틀 정도 써본 뒤 똑같이 다시 재보세요. 감으로 말고 숫자로 비교하는 겁니다. 저는 이 전후 비교가 제일 설득력 있다고 봐요.

케이블 때문에 공유기를 못 옮기는 집도 있습니다. 그럴 땐 긴 이더넷 케이블로 공유기만 중앙으로 빼거나, 메시 와이파이를 고려하는 게 순서입니다.

공유기 안테나가 밖으로 나와 있는 모델이라면 방향도 한 번 바꿔보세요. 하나는 세우고 하나는 눕혀두는 식으로 각도를 섞으면 위아래 층까지 신호가 조금 더 고르게 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도 잊지 마세요. 오래 방치된 공유기는 성능뿐 아니라 보안 면에서도 불리합니다. 관리 앱이나 설정 페이지에서 몇 분이면 끝나는 일이에요.

다만 메시 장비부터 사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위치만 바꿔서 해결될 문제에 돈을 쓰는 건 비효율적이니까요.

특히 비 오는 날이 길어지는 가을 겨울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그만큼 와이파이 불만도 늘어납니다. 지금이 한 번 손보기 딱 좋은 타이밍이에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석 말고 중앙, 바닥 말고 선반 위로 옮기세요. 그리고 전자레인지, 어항, 큰 거울, 냉장고에서는 떨어뜨리면 됩니다.

제 결론은 분명합니다. 플랜 업그레이드나 새 장비는 위치를 바꾸고 숫자로 확인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오늘 저녁 공유기 자리부터 한 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