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뭔가를 소비하고 있지만, 정작 마음에 남는 건 드뭅니다.
AI가 생각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관심사를 예측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이 우리 손을 빌리지 않고도 무언가를 척척 만들어냅니다.
정보는 넘쳐나고, 콘텐츠는 과잉이며, 글쓰기조차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문득, 나는 자문합니다.
"이렇게 다 만들어지고 다 말해지는 세상에서, 삶의 경험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지난 30년간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많은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수많은 사람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사람 잘못 만나 실패도 했고, 지나고 보니 시기적절한 기적 같은 기회도 몇 번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대부분은 몇마디 말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아무리 데이터가 정밀하고 논리가 완벽해도, 현실에서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협상을 틀어버리고, 의외의 우연이 인생의 기회를 열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한 통의 전화,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연, 회의 도중 커피 한 잔 건넨 따뜻함 같은 것들 말이죠.
그건 AI가 계산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비즈니스 현장은 효율과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인간적인 인정, 헌신, 희생 같은 감정이 작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상대가 나의 진심을 읽고 한 번만 기회를 준 덕분에 망할 뻔했던 프로젝트가 살았던 적이 있고, 반대로 단 한 번의 불성실한 태도가 수년간 쌓은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적도 있습니다.
이런 건 어느 콘텐츠에도 안 나옵니다. 이건 살아본 사람만 압니다.
AI가 말로는 이해한다고 할지 몰라도, 정말 눈물 쏟으며 울어본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는 본질이 있습니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이를 악물고 버텨본 경험.
부도 위기에서 직원들 눈을 마주치며 “우리가 해내자”라고 말했던, 그 목소리의 떨림.
이건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딥러닝 모델로 흉내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 의미와 무게는 아직 따라오지 못합니다.
물론, 강인공지능이 오면 이 경계도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있습니다.
AI가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느끼는’ 수준까지 진화할지 모른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은 내 경험을 믿습니다.
고통을 통과해온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진실, 그 깊이만큼은 지금도 여전히 인간만이 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콘텐츠의 범람기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오히려 진짜 사람의 이야기, 진짜 삶의 자취는 더욱 빛납니다.
내가 살아온 경험, 내가 넘었던 고비들이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누군가에게는 가장 강력한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살아있는 경험은, 앞으로도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가치일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