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아는 언니네 집에 놀러 갔다가 완전 진지한 이야기를 듣고 왔어요.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집인데, 언니가 갑자기 "너 국적이탈이라는 거 알아?" 하고 묻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처음엔 무슨 이민 서류 얘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 아들 키우는 한인 부모라면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쳐둬야 하는 날짜가 있더라고요.
궁금해서 집에 와서 기사랑 영사관 안내를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생각보다 복잡해서 제가 이해한 만큼 차근차근 정리해볼게요.
먼저 대상부터요. 아이가 미국에서 태어났을 때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이었다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한국 국적도 같이 갖게 돼요.
부모가 영주권자나 비자 상태였어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아이를 선천적 복수국적자라고 부르는데, 본인은 그냥 미국 사람인 줄 알고 자라는 경우가 많대요.
문제는 남자아이예요. 한국에서는 남성이 만 18세가 되는 해 1월 1일에 병역준비역에 편입되고, 그때부터 3개월 안에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병역 의무 없이 한국 국적을 정리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마감이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인 거예요. 생일이 아니라 연도 기준이라는 게 포인트예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2009년생 남자아이는 2027년 3월 31일이 마감이에요. 내년 봄이라니, 생각보다 진짜 가까워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럼 이 날짜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요? 원칙적으로는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은 뒤, 아니면 만 38세가 되는 해 1월 1일 이후에야 다시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그동안은 본인이 원하든 말든 계속 한국 국적이 붙어 있는 상태로 지내야 하는 거죠. 스무 살부터 서른 후반까지면 인생에서 제일 바쁜 시기잖아요.
실제로 재외동포 2세, 3세 중에 이 시기를 놓쳐서 미국 사관학교 입학이나 공직 진출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어요. 보안 심사 때 다른 나라 국적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한국에 갈 때도 신경 쓸 게 생겨요. 한국 국적이 남아 있으면 한국 쪽에서는 병역 의무자로 보기 때문에 한국에 오래 머물거나 일하려 할 때 병역 문제가 따라올 수 있대요.
그리고 한국 국적을 가진 채로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받는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도 기사에서 짚더라고요. 미국 여권만 들고 편하게 다니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죠.
다행히 구제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2020년에 헌법재판소가 기한을 놓친 사유를 전혀 따지지 않고 이탈을 막는 건 과하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거든요.
그래서 2022년 10월 1일부터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 제도가 시행됐어요. 기한이 지났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법무부에 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요건은 꽤 까다로워요.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6세 미만에 외국으로 이주했고, 그 뒤로 계속 외국에 주된 생활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해요.
여기에 기한 안에 신고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도 있어야 해요. 법무부는 출생지, 주소지, 한국 입국 횟수와 체류 기간 같은 걸 종합적으로 본다고 해요.
근데 현실은 좀 냉정해요. 2024년 보도를 보면 뉴욕총영사관에 접수된 27건 중 최종 허가는 7건뿐이었어요.
단순히 몰라서 놓쳤다는 이유로는 대부분 거절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제도를 믿고 느긋하게 있으면 절대 안 돼요.
한국에서 오래 산 경우도 조심해야 해요.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실제 생활 근거가 한국에 있었다고 보고 국적이탈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었거든요.
그럼 제때 신고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일단 아이의 한국 출생신고, 그러니까 가족관계등록부 등록이 먼저 돼 있어야 해요.
부모의 혼인신고가 안 돼 있거나, 부모가 미국 시민권을 받고도 한국 국적상실 신고를 안 했다면 그것부터 정리해야 할 수 있어요. 이 단계에서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하니 미리미리가 정답이에요.
신고는 외국 주소지를 관할하는 재외공관을 통해 해요. 본인이 직접 가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방문 전에 관할 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서 서류 목록이랑 예약 방법을 꼭 확인하세요.
언니도 처음엔 그냥 나중에 하면 되겠지 했대요. 그러다 같은 교회 집사님네 아들이 기한을 놓쳐서 고생하는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요.
제가 만약 아들 엄마라면 아이가 중학생쯤 됐을 때 출생신고 상태부터 확인하겠어요. 서류가 다 갖춰져 있으면 마감 직전에 허둥댈 일이 확 줄어드니까요.
그리고 마감이 다가오면 1월이나 2월 초에는 꼭 영사관 예약을 잡을 것 같아요. 3월에는 신청자가 몰린다는 얘기가 매년 나오거든요.
사정마다 세부 조건이 다를 수 있으니 애매하면 관할 영사관이나 국적 전문 변호사에게 꼭 확인해보세요. 인터넷 글만 믿고 판단하기엔 걸린 게 너무 커요.
오늘은 평소랑 다르게 좀 무거운 얘기였죠? 그래도 누군가의 아들이 나중에 꿈 앞에서 서류 때문에 멈추지 않았으면 해서 열심히 정리해봤어요. 주변에 해당되는 집 있으면 꼭 한번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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