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사는 내가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담배 피우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에요.

미국 전체적으로 흡연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시애틀처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도시에서는 더더욱 보기 드문 광경이 되었죠. 그런데 가끔 길거리에서, 혹은 건물 뒤편에서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사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인 중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2005년 약 21%에서 2022년 기준 약 11%까지 줄었어요. 그중에서도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층 흡연률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교육수준이 높거나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해요. 한 마디로, '건강'과 '정보'에 민감한 계층에서는 담배가 거의 퇴출된 셈이죠.

시애틀에서는 정말 보기 힘들어요. 예전엔 길거리 재떨이도 있었고, 카페에서 나오는 사람들마다 한 대씩 피우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 자체가 거의 사라졌어요. 이제는 레스토랑이나 바 같은 실내 공간에서 흡연을 하는 건 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심지어 아파트 건물 내에서도 금연 구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어느 순간부터는 '흡연자'를 보는 게 더 희귀한 경험이 되어버렸어요.

그렇다면, 그 희귀한 흡연자들은 누구일까요?

첫째, 여전히 흡연을 문화적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남부 지방이나 농촌 지역에서는 도시보다 흡연율이 훨씬 높아요. 담배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은 사람들이죠.

둘째,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설명되는 부분이 있어요. 특히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흡연율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어요. 사회적 지지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일수록 금연 시도도 적고 성공률도 낮죠.

셋째, 아직도 흡연을 '자기 스타일'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90년대 감성의 자유로운 청춘, 혹은 반항의 상징 같은 느낌으로 담배를 여기는 거예요. 일부 예술가나 뮤지션, 또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히피적인 성향의 사람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죠. 시애틀처럼 음악과 예술이 깊이 스며든 도시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간혹 보여요.

넷째, 니코틴에 진짜로 중독된 사람들이에요. 금연하려고 수십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이죠. 니코틴은 의외로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물질이라서, 생각보다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흡연자를 보면 약간 안쓰러운 느낌도 들어요. 마치 아직도 VHS 테이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건강을 위해서도, 사회적 분위기상으로도 담배는 정말 설 자리가 없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사람들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버티는 방식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공공장소에서는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는 꼭 필요하지만,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요즘은 전자담배나 니코틴 패치, 껌 등 금연을 도와주는 다양한 방법도 많아졌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도움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금연을 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미국 길거리에서 담배 연기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운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시애틀의 깨끗한 공기 속에서 오늘도 출근길에 담배 피우는 사람 한 명 마주쳤고, 괜히 속으로 응원하게 되었어요.

"당신도 언젠간 담배 없이도 충분히 멋진 사람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