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다녀올 때마다 캐리어 한쪽은 꼭 약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요. 감기약, 소화제, 파스, 한약 파우치까지요.
근데 이번 가을에는 조금 다르게 챙겨야 할 것 같아요. 주미 대한민국 대사관 영사부가 8월 31일에 미국 입국 시 의약품 반입 관련 안내를 따로 냈거든요.
핵심은 간단해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받았거나 약국에서 산 약이라도, 미국 법에 따라 반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거예요.
미국에 들어오는 약은 FDA와 CBP 규정을 같이 적용받아요. 마약류 같은 통제물질 성분이 들어 있으면 DEA 규정까지 붙고요.
그래서 출국 전에 제품 이름만 볼 게 아니라 정확한 성분과 함량을 확인하라는 게 대사관 당부예요. 한국 상품명은 미국 직원이 알아보기 어려우니까요.
공항에서 이런 상황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직원이 가방 속 약을 꺼내 이게 뭐냐고 묻는데, 한글 라벨뿐이라 설명이 막히는 거죠.
제일 기본은 원래 용기예요. CBP는 약을 처방 내용이 인쇄된 원래 용기에 담아 오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약통 없이 지퍼백에 알약만 우르르 담아 오면 그게 무슨 약인지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원래 용기가 아니라면 처방전 사본이나 의사 소견서를 같이 챙겨야 해요.
처방전이나 소견서는 영문으로 받아두는 게 좋아요. 환자 이름, 성분명, 함량과 복용량, 복용 목적, 의사 정보가 들어가 있으면 가장 확실한 근거 서류가 돼요.
양도 중요해요. CBP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90일 분량을 넘지 않게 가져오라고 안내해요.
한국 약값이 싸다고 1년치를 한꺼번에 사 오는 건 이 기준에 안 맞아요. FDA 개인 반입 정책도 원래 싸게 사 오라는 취지가 아니라, 개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위한 예외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요.
진짜 조심해야 하는 건 통제물질이에요. 대사관 안내에 나온 성분을 보면 생각보다 익숙한 이름이 많아요.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수면제 졸피뎀, 항불안제 알프라졸람과 로라제팜, 디아제팜이 있어요. 진통제 트라마돌과 코데인, 식욕억제제 펜터민도 포함돼요.
이런 성분이 든 약은 본인 치료 목적일 때 최대 50회 복용분까지만 휴대할 수 있다고 안내됐어요. 영문 처방전이나 소견서도 반드시 갖춰야 하고요.
DEA 자료를 보면 통제물질은 원래 용기에 담겨 있어야 하고, 세관 직원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돼 있어요. 50이라는 숫자가 생각보다 작아서 저는 좀 놀랐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될 수 없는 성분은 개인용이라도 들여올 수 없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흔한 약인데 미국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경우가 있으니까 꼭 성분으로 검색해 보세요.
한약도 그냥 넘어가면 안 돼요. 한의원에서 영문 처방전을 받아 오면 수월했다는 경험담이 꽤 있어요.
다만 한약은 식물이나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세관 신고서에서 농산물이나 동물 관련 항목에 해당할 수 있어요. 애매하면 숨기지 말고 신고하는 쪽이 훨씬 마음 편해요.
신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요. 약을 가지고 있으면 입국할 때 사실대로 말하는 게 원칙이에요.
최종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지는 현장의 CBP와 관계 당국이 판단해요. 서류가 다 있어도 직원 판단에 따라 추가 확인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한인 언론 보도에서는 문제가 된 약이 압수되거나, 다음 입국 때 2차 심사로 넘어갈 가능성도 언급됐어요. 약 한 통 때문에 공항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피하고 싶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짐 싸는 순서를 바꿔 보려고 해요. 먼저 가져올 약을 전부 꺼내서 성분명을 하나씩 적어요.
그다음 통제물질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50회분 안으로 줄여요. 나머지 약도 90일 분량 안으로 맞추고요.
약은 원래 약통이나 약 봉투 그대로 두고, 영문 처방전은 기내 가방에 따로 넣어요. 위탁 수하물에 넣으면 정작 필요할 때 꺼낼 수가 없거든요.
일반 감기약이나 소화제처럼 가벼운 약도 원래 포장 그대로 두는 게 좋아요. 낱알로 섞어 담으면 오히려 괜히 설명할 일이 생겨요.
처음 겪는 사람한테는 이게 좀 번거롭게 느껴질 거예요. 그래도 한 번 정리해 두면 다음 방문부터는 금방 끝나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안내가 좀 더 일찍,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몰라서 압수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정보가 공평하게 닿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복용 중인 약을 바꾸거나 미국 약으로 대체할 생각이라면 혼자 판단하지 마세요. 꼭 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의하는 게 안전해요.
규정은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직전에 CBP와 FDA 홈페이지, 대사관 공지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세요. 저도 다음 여행 전에 다시 볼 생각이에요.
캐리어 속 약 봉투 하나까지 미리 정리해 두면, 입국장에서 훨씬 가볍게 걸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Wave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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