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넘게 브루클린에 살면서 느낀 건, 이 동네를 모르는 사람들이 브루클린을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부분 영화와 드라마에서 왔다는 겁니다.
제가 처음 여기 이사 왔을 때 주변에서 '위험하지 않냐', '거친 동네 아니냐' 물어보던 게 다 범죄 영화들 때문이었고, 요즘은 '힙하고 트렌디한 곳 아니냐'고 물어보는 건 'Girls' 같은 드라마 덕분입니다.
브루클린 이미지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스파이크 리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1989년 개봉한 'Do the Right Thing'은 베드포드-스타이베슨트(Bed-Stuy)를 배경으로 인종 갈등을 다뤘는데, 실제 촬영 비용은 당시 기준으로 약 600만 달러였습니다.
이 영화 한 편이 Bed-Stuy = 흑인 커뮤니티, 브루클린 = 다인종 갈등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어줬습니다. 이후 브루클린은 긴장감 있고 날 선 도시의 이미지를 갖게 됐고, 1990년대 내내 범죄 드라마와 힙합 뮤직비디오의 단골 배경이 됐습니다.
반전이 시작된 건 2000년대 초반입니다. 'The Royal Tenenbaums(2001)',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4)' 같은 인디 감성 영화들이 브루클린의 브라운스톤 주택가와 파크슬로프 일대를 배경으로 쓰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와 문인들이 모이는 보헤미안 동네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이게 젠트리피케이션과 맞물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몫했습니다. 실제로 파크슬로프 지역 아파트 중간 임대료는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약 40% 이상 상승했다는 부동산 통계가 있습니다. 영화 이미지가 부동산 가격까지 바꾼 셈이죠.
2010년대 들어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브루클린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2011)'에서 스티브 로저스가 브루클린 출신으로 설정되면서, 브루클린은 '영웅의 고향'이라는 이미지까지 추가됐습니다. 관련 상품과 관광 수요도 함께 늘었고, 브루클린 브리지 주변 기념품 가게 매출이 체감상 눈에 띄게 늘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오래된 동네 하나가 수십 년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이미지가 쌓이고 바뀌는지, 직접 살아보니 더 실감이 납니다.


적금은환상
joyfulcoastwalker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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