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때 산 물건이 결국 돈 낭비로 끝나는 이유 - Columbia - 1

세일 문자 하나 딱 뜨면 마음이 갑자기 바빠지는 순간 있잖아요.

원래 살 생각도 없던 물건인데 몇 시간 안에 마감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손이 먼저 결제 버튼으로 가버려요.

그렇게 사놓고 며칠 지나 옷장을 열어보면 태그도 안 뗀 옷이 떡하니 걸려 있는 걸 발견하곤 하죠. 분명 살 때는 이유가 있었는데, 막상 다시 보면 왜 샀는지 기억도 잘 안 나요.

이런 일이 저만 겪는 건 아니었어요.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퍼센트가 충동구매를 한 뒤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후회를 하고도 그 물건의 45퍼센트는 그대로 집에 남겨둔다는 결과예요.

버리자니 돈 주고 산 게 아까워서 일단 쌓아두는 거죠.

실제로 미국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 번도 안 입은 옷의 평균 가치가 268달러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같은 종류의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은 옷장 속 옷의 20퍼센트 정도는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고요.

숫자로 보니까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게 살짝 위안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더라고요.

친구들 옷장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들 비슷한 사연 하나쯤은 있었어요.

옷뿐 아니라 주방용품이나 운동기구도 비슷한 신세가 되는 경우가 흔해요. 세일 때 큰맘 먹고 산 요가매트가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는 것도 같은 이야기죠. 계절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홈트레이닝 기구도 몇 달 지나면 빨래건조대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고요.

왜 세일이라는 글자만 붙으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걸까요.

원가 100달러짜리가 60달러로 붙어 있으면 40달러를 번 것 같은 기분부터 들어요. 사실 그 60달러도 안 썼으면 그대로 내 돈이었다는 건 그 순간엔 까맣게 잊어버려요.

기준이 되는 건 원래 가격인데, 정작 중요한 건 그 물건이 지금 나한테 필요한지 여부거든요.

여기다 몇 시간 안에 마감이라는 문구까지 더해지면 지금 안 사면 손해 본다는 조급함이 생겨버려요. 이 조급함 때문에 이 물건이 진짜 필요한지 따져보는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게 되는 거죠.

매장 안내문에 재입고 없음이라고 쓰여 있으면 그 조급함은 몇 배로 커지고요.

쇼핑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 물건을 쓰는 순간이 아니라 결제하는 순간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만족감은 이미 상당 부분 끝나버리는 셈이에요.

그래서 막상 택배 상자를 열어볼 때쯤이면 그 설렘이 벌써 식어 있는 경우가 많고요. 포장을 뜯고 한 번 입어보고는 그대로 옷걸이에 걸어두는 게 전부일 때도 많아요.

저도 계절 세일 시기마다 비슷한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했었어요. 사이즈가 애매하거나 저한테 어울릴지 확신도 없는 색깔의 옷을 세일이라는 이유 하나로 담았던 적이 많거든요. 결국 그런 옷들은 옷장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다가 다음 정리할 때에야 다시 눈에 띄곤 하죠.

세일 상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아예 안 되는 매장도 꽤 있어서 한번 사면 무르기도 쉽지 않아요. 이런 정책까지 겹치면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려요. 특히 마지막 세일이라고 붙은 상품일수록 이런 조건이 더 까다로운 편이더라고요.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더 심한데, 전체 온라인 소비 지출의 40퍼센트가 충동구매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세일 알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는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알림을 무심코 눌러보면 몇 분 만에 장바구니가 꽉 차 있는 걸 발견할 때도 있고요. 게다가 앱마다 다른 세일이 겹치기라도 하면 하루에 결제를 서너 번 하는 날도 생기곤 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나중에 후회할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요.

저는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하루나 이틀 정도는 그냥 묵혀두는 편이에요. 그 사이에 마음이 식으면 애초에 별로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이라는 뜻이거든요.

반대로 하루가 지나도 계속 생각나면 그때는 진짜 필요했던 물건일 가능성이 높고요. 이미 집에 있는 옷이나 물건과 색이나 용도가 겹치지는 않는지도 먼저 따져봐요. 비슷한 색의 니트가 이미 세 벌이나 있으면서 세일이라고 또 담는 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보는 거죠.

세일가를 기준으로 살지 말지 정하는 게 아니라 원래 가격이었어도 살 물건인지를 먼저 물어보는 게 낫더라고요. 이 질문 하나만 습관으로 만들어도 장바구니 속 물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걸 느껴요.

물론 세일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필요한 걸 저렴하게 사는 건 오히려 잘한 소비죠. 문제는 필요 없는 걸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습관이라는 걸 늘 되새기는 편이에요.

저는 세일이라는 단어보다 지금 이 순간 진짜 필요한가를 먼저 묻는 쪽이 지갑 사정에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옷장 정리하다가 태그도 안 뗀 옷을 또 발견하는 날엔, 그날 하루는 지갑을 좀 쉬게 해주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