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심어야 봄에 피는 튤립, 초보 구근 심기 가이드 - Columbia - 1

아침 공기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출근길에 차 앞유리에 살짝 서리가 낀 걸 보고 아, 이제 진짜 겨울 준비할 때구나 싶었습니다.

이맘때 마트 원예 코너에 가면 망사 봉지에 담긴 양파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 있어요. 처음엔 뭔지도 몰랐는데 그게 다 튤립 구근이더라고요.

봄에 피는 꽃을 왜 지금 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튤립은 가을에 땅에 묻어둬야 봄에 꽃을 피웁니다. 올해는 저도 처음으로 직접 심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미주리대 익스텐션(MU Extension) 자료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 기준으로 정리해볼게요.

먼저 왜 가을이냐는 것부터요. 튤립은 꽃을 피우려면 일정 기간 추위를 겪어야 하는 식물입니다. 봄에 급하게 심으면 꽃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죠.

MU Extension에 따르면 튤립 구근은 화씨 38도 안팎의 온도를 대략 10주 정도 겪어야 꽃이 핀다고 해요. 겨울 땅속이 바로 그 냉장고 역할을 해주는 셈이죠.

심는 시기는 10월이 기본이고,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마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땅이 아직 덜 식었을 때 심어야 겨울 오기 전에 뿌리를 내릴 수 있거든요.

지금 10월 말이면 딱 막차 타는 시기예요. 아직 안 심으셨다면 이번 주말이 좋은 타이밍입니다.

구근을 고를 때는 통통하고 단단한 걸로 고르세요. 겉에 회색으로 변색된 부분이 있으면 병이 있을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손으로 눌러봤을 때 물렁하거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도 저는 그냥 내려놨어요. 싸다고 한 봉지 집었다가 반이 상한 걸 보면 마음이 더 아프니까요. 차라리 개수가 적더라도 상태 좋은 걸 고르는 게 낫습니다.

장소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좋은데,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물빠짐입니다. 튤립 구근은 물이 고이면 금방 썩어버려요.

물빠짐을 확인하는 방법도 간단해요. 땅을 30cm 정도 깊이로 파고 물을 채운 다음 얼마나 빨리 빠지는지 보는 겁니다.

MU Extension 기준으로는 한 시간에 1인치도 안 빠지면 물빠짐이 나쁜 땅이라고 해요. 이런 땅은 퇴비나 피트모스 같은 유기물을 섞어서 개선해주라고 합니다.

저희 마당 흙은 진흙기가 꽤 있어서 이 테스트에서 바로 탈락했어요. 결국 퇴비 한 포대를 사다가 섞었습니다.

흙은 12인치 정도 깊이까지 부드럽게 갈아엎어 주는 게 좋다고 해요. 이때 본밀(bone meal) 같은 천연 비료를 조금 섞어주면 됩니다.

이제 심을 깊이인데요, 초보가 제일 헷갈리는 부분이 여기예요. MU Extension은 구근 폭의 2.5배 정도 깊이로 심으라고 안내합니다.

보통 크기의 튤립 구근이면 대략 6~8인치 깊이가 된다고 보시면 돼요. 너무 얕게 심는 것보다는 살짝 깊다 싶은 쪽이 낫다는 조언이 많았어요.

깊이를 매번 자로 재기 번거로우면 모종삽에 인치 표시를 해두면 편해요. 저는 매직으로 6인치 자리에 줄을 하나 그어뒀습니다.

방향도 중요합니다. 뾰족한 쪽이 위, 뿌리가 나올 납작한 쪽이 아래로 가게 놓으면 돼요.

간격은 품종에 따라 4~8인치 정도 띄우라고 해요. 한 줄로 늘어놓는 것보다 몇 개씩 무리 지어 심으면 봄에 훨씬 풍성해 보인다고 합니다.

흙을 덮은 뒤에는 물을 한 번 충분히 주세요. 가을이 건조하면 가끔 더 주되, 너무 많이 주면 구근이 썩으니까 적당히가 핵심이에요. 손가락 한 마디쯤 흙을 파봐서 말라 있을 때 주면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큰 복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람쥐, 들쥐, 두더지 같은 설치류예요.

이 녀석들한테 튤립 구근은 겨울 간식이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철망(hardware cloth)으로 작은 바구니를 만들어 구근을 감싸 심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그 정도까진 못 하고 심은 자리 위에 철망 한 장을 덮어뒀어요. 봄에 싹이 올라올 때쯤 걷어낼 생각입니다.

요즘 날씨도 한번 짚고 갈게요. 이 근방은 평년 기준으로 10월 하순쯤 첫 서리가 내리는 편이라, 땅이 꽁꽁 얼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나 미리 알아두면 좋은 사실도 있어요. 미주리에서는 튤립을 해마다 새로 심는 한해살이 꽃처럼 키우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봄 날씨가 일찍 더워지는 탓에 구근이 다음 해를 위한 힘을 충분히 저장하지 못해서래요. 땅에 그냥 두거나 캐서 다시 심어도 꽃이 점점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처음엔 좀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면 매년 가을에 새 색깔을 골라보는 재미도 있겠다 싶었어요. 올해는 빨강이랑 노랑을 섞었고, 내년엔 보라색 계열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정리하자면 이번 주말에 할 일은 통통한 구근 고르기, 흙 갈고 퇴비 섞기, 구근 폭 2.5배 깊이로 뾰족한 쪽 위로 심기, 물 한 번 주기 정도예요.

추운 겨울 동안 땅속에서 조용히 봄을 기다릴 구근들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네요. 나라면 망설이지 말고 이번 주에 한 봉지라도 심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