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Columbia'라는 도시 이름을 정말 자주 보게 됩니다.

미주리주의 대학 도시로 유명한 Columbia(MO)를 비롯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Columbia, 메릴랜드의 Columbia, 오하이오, 일리노이, 테네시 등등... 한두 개가 아니라 거의 전국에 퍼져 있죠.

지도 앱에 Columbia를 치면 핀이 수십 개 찍히는 걸 보면, "대체 미국은 왜 이렇게 Columbia가 많은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 이유는 Columbia라는 이름이 한때 미국을 상징하던 '이상적인 나라의 여인상'을 뜻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잘 안 쓰이지만, 18~19세기 미국에서는 'Columbia'가 미국의 의인화된 이름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Lady Liberty(자유의 여신상)'를 떠올리는 것처럼, 그 시절 사람들은 Columbia를 자유와 개척, 젊은 나라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립 이후 새로 생기는 도시나 마을마다 'Columbia'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던 거죠. "이곳도 새로운 미국의 정신을 담은 도시다"라는 의미였던 겁니다.

Columbia는 본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미국 독립 전쟁 무렵, 유럽의 식민지였던 북미가 새롭게 독립하면서 'America'라는 단어와 함께 'Columbia'가 나라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으로 쓰였죠. 그래서 미국의 옛 시와 노래, 군가, 학교 이름에도 Columbia가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의 D.C.는 'District of Columbia'죠. 바로 그 Columbia입니다. 이렇게 보면, Columbia라는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미국의 이상과 자존심의 흔적이에요.

Columbia, Missouri는 1821년에 세워졌는데, 이곳은 미주리 대학교(Mizzou)가 들어서면서 교육의 중심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당시 설립자들은 새로운 주의 중심지로서 '자유롭고 문명화된 도시'라는 의미를 담아 Columbia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Columbia는 1786년에 주도(州都)로 지정되었고, '식민지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공화국의 중심'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중서부 개척이 진행되면서 개척민들은 새로운 정착지를 세울 때마다 "Columbia"라는 이름을 반복해서 사용했어요. 새로운 땅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미국의 뿌리와 이상을 잇는다는 뜻이었죠.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전국에 30개가 넘는 Columbia가 생겨버린 겁니다.

재미있는 건, Columbia라는 이름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상징이 조금씩 변했다는 거예요. 한때는 미국의 자유를 상징했지만, 20세기 이후에는 학문과 교육, 그리고 안정된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되었죠.

그 덕분에 'Columbia University' 같은 학교 이름에도 자주 쓰였고, 메릴랜드의 Columbia처럼 계획도시의 이름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결국 Columbia라는 이름은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이상향'이자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많은 도시들이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있죠. 미주리의 Columbia처럼 대학과 젊음이 어우러진 도시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통과 역사 깊은 Columbia까지, 각각의 Columbia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모두 "이곳이 미국의 정신을 담은 곳"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