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 처음 이사 오면 집값보다 먼저 놀라는 것이 전기요금입니다.

낮에는 화창하고 밤에는 화려한 도시라서 살기 좋아 보이지만, 여름 한 번 보내보면 이곳 생활의 핵심은 결국 에어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라스베가스의 여름은 한국의 더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습도는 낮지만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고, 한낮에는 45도 가까이 올라갑니다. 문제는 이 더위가 잠깐이 아니라 6월부터 9월까지 길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은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 놓고 생활합니다. 낮에 끄고 나갔다가 돌아오면 집 안이 사우나처럼 변하기 때문에, 차라리 계속 틀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 전기요금은 체감상 두세 배까지 올라갑니다. 평소 100달러 안팎 나오던 집도 여름 피크 시즌에는 250달러에서 400달러까지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단독주택이거나 오래된 집이라면 단열이 약해 냉방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용이 더 높아집니다. 아파트나 콘도는 상대적으로 덜 나오지만 그래도 여름 전기요금 부담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라스베가스 전기요금의 또 다른 특징은 계절별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겨울에는 난방을 가스나 히트펌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기요금이 크게 줄어듭니다. 어떤 가정은 겨울에는 50~80달러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결국 1년 전체로 보면 여름 몇 달이 전기비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은 나름의 절약 노하우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균등요금제'입니다. 1년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매달 비슷한 금액을 내는 방식이라 여름에 한 번에 큰 금액을 내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 중 상당수가 이 제도를 이용합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태양광 설치입니다. 라스베가스는 햇빛이 워낙 강하고 맑은 날이 많아서 태양광 효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초기 설치비는 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단독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점점 보편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생활 습관도 중요합니다. 낮에는 블라인드를 내려 햇빛을 차단하고, 에어컨 온도를 72도 대신 75~78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전기 사용량이 꽤 줄어듭니다. 천장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면 체감 온도를 낮출 수 있어 냉방 부담도 덜어줍니다.

라스베가스 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집값은 예상 범위 안인데 전기요금이 생활비의 변수가 되는 도시입니다. 특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체감 생활비가 달라집니다.

이 도시에서 오래 사는 사람들은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전은 TV도 아니고 냉장고도 아니라, 결국 에어컨이라고.

한 여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면 그 말이 왜 나왔는지 바로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