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바인에서 오래 산 한인분들 만나면 정말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옛날에는 어바인이 이렇게 비싼 동네가 아니었어."
특히 1990년대부터 오렌지카운티에 살았던 분들은 그때 집을 샀어야 했다며 꼭 한마디씩 하시죠.
지금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 같지만 당시에는 어바인이 지금처럼 초고가 주거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어요.
계획도시라 깨끗하고 학교 좋고, 새집도 계속 지어지는데 LA보다는 한적한 곳이라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30년 지나고 보니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어요.
요즘 어바인의 생활비가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집이에요.
1베드룸 아파트도 월 3,000달러 안팎을 생각해야 하고, 새 아파트나 인기 지역은 그 이상도 흔해요.
2베드룸으로 올라가면 3,500~4,500달러 정도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제가 옛날 분들한테 "그때 렌트 얼마 내셨어요?" 물어보면 지금하고 비교도 안 되는 금액이 나와요.
그러면 꼭 마지막에 이 말이 붙어요. "그때 집을 하나 더 샀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때 누가 알았겠어요. 알았으면 우리 모두 집 열 채씩 샀죠.
요즘 어바인은 평범한 단독주택도 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고 지역과 집 크기에 따라 150만 달러 이상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20% 다운페이만 준비한다고 해도 현금 수십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재산세, 보험, HOA까지 붙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옵니다. 이유는 Irvine Unified School District입니다.
자녀가 있는 한인 가정에서 어바인을 선택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결국 학군 이야기가 나와요.
공립학교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으니 비싼 집값에 일종의 교육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생활환경도 편합니다. H Mart 같은 한인마트가 있고 한국 식당과 병원, 학원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조금만 운전하면 부에나파크와 풀러턴 한인 상권도 이용할 수 있으니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미국 살면서 불편한 게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장보러 가도 돈이 든다는 거예요. Whole Foods 같은 곳에서 카트에 별것도 안 담았는데 계산대에서 150달러가 나오는 일이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가족끼리 외식 한번 하면 팁까지 100달러 넘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아이 어리면 더합니다. 데이케어나 프리스쿨 비용까지 들어가면 한 달에 몇천 달러가 또 나갈 수 있어요.
자동차 보험, 전기료, 수도료까지 하나씩 더하면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여기서 편하게 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그래도 어바인이 계획도시라 도로와 공원이 잘 정리돼 있고, 학군 좋고, 직장도 많습니다.
안전한 교외생활을 원하는 가정에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에요.
그래서 30년 전에 어바인에 자리 잡은 분들을 만나면 조금 부럽기는 합니다.
당시에는 그냥 조용하고 살기 좋은 신도시라 생각해서 집 한 채 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집이 엄청난 자산이 된 경우가 있으니까요.
결국 "옛날 어바인은 싸고 좋았어"라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어바인은 좋은 만큼 정말 비싸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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