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날씨 미리 알고 가면 놀라지 않습니다 - Seattle - 1

시애틀 하면 제일 먼저 뭐가 생각나세요?

저는 역시 비예요.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시애틀은 항상 우산 쓰고 다니는 도시처럼 나오잖아요.

그런데 실제 날씨를 자세히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하고 조금 달라요.

시애틀은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는 도시라기보다 흐리고 축축한 날이 많은 도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해요.

연간 강수량이 약 38인치 정도인데 뉴욕이나 마이애미보다 오히려 적어요. 대신 시애틀 비는 하루 종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조금 내렸다가 그치고, 다시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 많아요.

그래서 현지 사람들 보면 비가 조금 온다고 우산부터 꺼내지도 않아요.

후드 달린 방수 재킷 하나 입고 그냥 다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니, 비 오는데 왜 우산을 안 쓰지?" 했는데 살다 보면 이해가 돼요.

문제는 비보다 햇빛이에요.

특히 11월부터 겨울을 지나 초봄까지 회색 하늘이 계속되는 날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흐리고, 점심에도 흐리고, 오후 4시쯤 되면 벌써 어두워지는 거 있죠. 이런 날이 계속되면 따뜻한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살다 온 분들은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겨울 기온 자체는 생각보다 심하게 춥지 않아요. 보통 40°F대, 섭씨로 4~8도 정도를 오가는 날이 많아요. 시카고나 미네소타처럼 영하의 강추위가 몇 주씩 이어지는 곳은 아니거든요.

눈도 생각보다 많이 안 와요. 시내의 연평균 강설량은 대략 6인치 안팎이에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시애틀은 눈이 조금만 와도 난리가 나요. 도시 자체가 언덕이 많아서 2~3인치만 쌓여도 차가 미끄러지고 버스 노선이 바뀌기도 해요.

대신 산으로 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Cascade 산맥 쪽에는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겨울이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어요. 시내에서는 비를 맞다가 차를 타고 산으로 가면 눈 세상이 나오는 것도 시애틀의 재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시애틀 날씨의 진짜 반전은 여름이에요.

6월부터 8월쯤 시애틀에 가보면 "여기가 그 비 많다는 동네 맞아?" 싶어요. 낮 기온이 보통 70°F대라 덥지도 않고 습도도 비교적 낮아서 정말 쾌적해요. 해도 늦게 지니까 저녁까지 산책하고 공원 가고 호수에서 놀기 좋고요.

물론 요즘은 시애틀도 예전 같지는 않아서 80°F를 넘는 더운 날이 늘고 있고, 간혹 심한 폭염도 찾아와요. 그래서 오래된 집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라면 여름철 냉방 여부도 확인하는 게 좋아요.

봄도 참 예뻐요. 비가 오다가 갑자기 햇빛이 나오고 벚꽃이며 각종 꽃들이 한꺼번에 피기 시작해요. University of Washington의 벚꽃 시즌도 유명하고요.

그래서 시애틀 이사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저는 여름보다 겨울에 한번 가보라고 하고 싶어요.

여름에 가면 너무 좋아서 당장 이사 가고 싶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내가 정말 견뎌야 하는 건 비 몇 방울이 아니라 몇 달 동안 이어지는 회색 하늘일 수 있어요.

시애틀은 비를 견딜 수 있느냐보다 햇빛 없는 겨울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도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