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새로운 도시에 이사하면 집과 직장부터 알아보게 되지만, 제가 항상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병원입니다.
건강은 평소에는 신경을 덜 쓰다가도 막상 응급상황이 생기면 병원이 어디 있는지, 어떤 병원이 믿을 만한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호세는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안심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미국에서도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고, 세계적인 의료기관들도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호세에서 가장 중요한 병원은 역시 산타클라라 밸리 메디컬 센터(Santa Clara Valley Medical Center), 흔히 VMC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이 병원은 700개가 넘는 병상을 갖춘 산타클라라 카운티 최대 규모의 공공병원입니다. 특히 베이 에어리어에서도 드문 레벨 1 외상센터(Level I Trauma Center)를 운영하고 있어 교통사고나 중증 외상 환자를 24시간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의료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VMC의 가장 큰 장점은 응급환자를 보험 여부와 관계없이 진료하는 공공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UC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과 협력하며 교육과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의료 수준도 높은 편입니다.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병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민간병원 가운데서는 굿 사마리탄 병원(Good Samaritan Hospital)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300개가 넘는 병상을 갖춘 이 병원은 심장질환과 암 치료, 정형외과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응급실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어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많이 이용됩니다. 산호세 남서쪽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산호세 북동쪽에 거주하는 분들은 리저널 메디컬 센터 오브 산호세(Regional Medical Center of San Jose)를 자주 이용합니다. 응급진료는 물론 심장질환과 뇌졸중 치료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병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부와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까운 종합병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를 이용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카이저는 일반 병원이라기보다 보험과 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통합 의료 시스템입니다. 카이저 보험 가입자라면 건강검진부터 전문의 진료, 검사, 입원까지 대부분 한 시스템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분들 가운데 카이저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런 편리함 때문입니다.
조금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는 산호세 밖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로 30~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스탠퍼드 헬스케어(Stanford Health Care)는 암과 심장질환, 장기이식 등 고난도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습니다. UC샌프란시스코(UCSF) 메디컬센터 역시 미국 최고 수준의 대학병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큰 수술이나 희귀질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 두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평소 이용하는 동네 병원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산호세에는 프라이머리 케어(주치의) 클리닉과 소아과, 내과, 치과, 안과 등이 곳곳에 있습니다. 한인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도 적지 않고,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도 있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비교적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비는 솔직히 부담이 있는 편입니다. 캘리포니아 전체가 의료비가 높은 지역이고 산호세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건강보험 가입은 사실상 필수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 보험을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자격이 된다면 Covered California나 Medi-Cal 같은 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자격 기준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청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실은 정말 응급한 상황에서만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은 응급실 비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감기나 가벼운 증상이라면 Urgent Care를 먼저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Urgent Care는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고 비용도 응급실보다 훨씬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의료 이용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산호세는 의료 환경만큼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안에도 좋은 병원이 여러 곳 있고, 조금만 이동하면 스탠퍼드와 UCSF 같은 세계적인 의료기관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집 근처 응급실과 주치의 병원 정도는 미리 알아두시길 권합니다. 아프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결국 가족의 건강과 시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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