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살다 보니 기술 뉴스는 매일같이 쏟아진다.

AI, 유전자 편집, CRISPR, 디지털 휴먼... 뭐든 조금만 늦게 보면 뒤처진 느낌이 든다.

나도 이제 40세, 두 아들 키우는 평범한 엄마다. 아침이면 학교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세탁기 돌리고, 저녁엔 숙제 봐주고 씻겨 재우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휙 지나간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만 열면 저런 AI 이미지들이 떠다닌다. (사진 속처럼) 핑크빛 헤드폰 쓰고, 머리는 파스텔 컬러에, 인형 같은 이목구비. 현실에서 마주칠 일 거의 없는 외모인데, AI는 그걸 너무 쉽게 만들어낸다. 잠깐 보고 넘기려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미래에는 딸의 외모도 AI가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집은 아들 둘. 물론 귀엽고 사랑스럽고 없으면 하루도 못 산다.

하지만 솔직히 딸에 대한 로망.. 아직도 조금 있다. 예쁘게 머리 묶어주고, 원피스 입혀서 사진도 찍고, 같이 카페 다니고 그런 소소한 꿈들. 그런데 이미 두 아들을 키우는 지금 새로운 임신은 솔직히 자신 없다. 체력도, 마음도. 그러다 저런 AI 이미지를 보면 생각이 한 번 툭 튄다.

"AI가 DNA 조합도 해주고, 원하는 외모로 딸을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어떨까?"

눈은 누구 닮고, 코는 누구 닮고, 피부는 환하고, 머리결은 좋고... 클릭 몇 번으로 결정하고, 유전자 교정 기술이 알아서 수정해주고. 가끔 뉴스에 뜨는 '맞춤형 유전자 아기' 논쟁을 보면 한편으론 무섭지만, 다른 한편으론 솔직히 흥미롭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지인들은 이런 이야기 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거 오너십과 윤리 문제잖아."
"디자인 베이비는 계급 불평등을 심화시킬 거야."
"아이의 개성과 다양성이 사라지면 어쩌지?"

맞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또 다르다.

내 아이가 조금 덜 고생하길 바라는 마음,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 그게 부모 욕심이자 본능이 아닐까.

물론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일 수 있다. 하지만 AI가 이 속도로 발전하는데...

언젠가는 정말 DNA 디자인 상담센터가 동네에 생길지도 모른다.

"딸 원하세요? 성격은 활발/조용 중 선택하시고, 피부 톤은 3단계, 눈매 옵션은 A-2로..."

이렇게 성형외과 상담하듯 고르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

그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예쁜 딸을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길까?
아니면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쪽에 설까?

생각하면 약간 섬뜩하지만, 또 설렌다. 왜냐면 현실 속 엄마의 삶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단하기 때문이다.

빨래 산더미 앞에서, 식탁에 흘린 케첩을 닦으면서, 숙제 안 한다고 우는 둘째를 달래면서 문득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한다.

AI가 외모를 설계해줬다면, 지금쯤 나는 귀여운 딸 머리에 핑크 리본 달아주고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또 그 딸 키우느라 다른 종류의 전쟁을 치르고 있겠지. 육아는 결국 누구에게나 험난한 여정이니까.

그래도 이런 상상을 가끔 한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아마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AI 미녀 이미지처럼, 실제 아이 디자인도 광고로 떠다닐지 모른다.

그때쯤이면 나도 웃으면서 말할 것 같다.

"아들 둘 키운 40대 엄마였는데... 결국 AI 덕분에 딸도 생겼네?"

상상은 자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