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맨지오니 갑자기 유죄 인정. 더 큰 계산이 숨어있다? - New York - 1

미국 뉴스 보다 보면 Plea Bargain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건 쉽게 말해서 피고인이 무죄라고 우기지 않고 유죄 인정하는 대신에, 검사한테 "형량 좀 깎아주시오" 라고 협상하는 거죠. 

얼마 전에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 총격 사건 피의자인 루이지 맨지오니가 연방법원에서 덜컥 유죄를 인정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유죄를 인정? 딱 보자마자 "아, 결국 검찰이랑 딜 했나 보구나" 싶었는데 막상보니까 전형적인 플리바겐이 아니더라고요. 

맨지오니가 이번에 8월 14일 연방법원 판사 앞에서 "내가 톰슨 추적했고, 결국 총 쐈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근데 흥미로운 건, 이게 검찰이랑 형량을 미리 짜고 친 전형적인 '플리 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뭐 "순순히 불면 20년으로 줄여줄게" 이런 계약서 써놓고 한 게 아니라는 거죠.

검찰은 여전히 "얘는 종신형 살게 해야 된다"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아니, 그럼 검사가 형량 감해주지도 않는데 도대체 왜 제 발로 유죄를 인정했을까요?

여기서 미국 형사재판 특유의 골 때리는 법률 머리싸움이 나옵니다. 

사실 끝까지 법정 싸움 안 가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자체가 선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는데요. 이번건은 그것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린 겁니다.

맨지오니한테는 지금 연방 사건 말고도 뉴욕주에서 진행하는 살인 사건 재판이 따로 걸려 있거든요.

주 재판이 9월 8일 시작 예정이었는데, 연방 사건에서 먼저 덜컥 유죄를 인정해 버린 겁니다. 

그러고 나서 변호인단이 바로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연방법원에서 이미 같은 사건으로 유죄를 인정했는데, 뉴욕주가 또 살인 혐의로 재판하는 게 맞습니까?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받지 못하게 하는 Double Jeopardy에 걸리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뉴욕주의 살인 혐의를 아예 기각해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물론 검찰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독립된 주권을 가진다는 이른바 'dual sovereignty' 원칙이 있기 때문에, 같은 행위라도 연방법과 주법 위반으로 각각 기소될 수 있다는 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유죄 인정은 단순히 "죄 인정할 테니 형량 좀 깎아주세요" 수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연방 사건을 먼저 정리한 뒤 그 결과를 뉴욕주 살인재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계산한 변호인단의 법률 전략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다만 이 카드가 실제로 먹힐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Double Jeopardy라는 말만 꺼낸다고 주정부 사건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도대체 왜 이렇게 판사, 검사, 피고인이 형량 갖고 '딜'을 하는 게 일상이 됐을까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그냥 사건이 너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건을 일일이 배심원 앉혀놓고 진짜 재판까지 끌고 가면, 검사도 판사도 법원도 판을 접어야 할 정도로 과부하가 걸려요.

피고인 입장에서도 재판 끝까지 갔다가 판사한테 찍혀서 진짜 무거운 형량 얻어맞을 위험이 크고요.

그래서 검사는 확실하게 수감 실적 챙기고, 피고인은 형량 위험을 낮추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을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혐의가 여러 개라 재판 가서 다 털리면 징역 30년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쳐봐요.

검사가 와서 "야, 제일 큰 거 하나만 깔끔하게 인정해라. 그럼 나머지 잡다한 건 빼주고 10년 정도로 권고해 줄게" 하고 제안을 던지는 겁니다.

그럼 피고인은 좀 억울해도 '재수 없으면 30년'과 '확정 10년' 사이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게 되는 거죠.

미국 영화에서 검사가 서류 봉투 착 던지면서 "Take the deal" 하는 게 바로 이 장면입니다.

그렇다고 플리바겐이 미국에만 있는 제도는 아닌데요. 여러 나라에 자백하면 형량 줄여주는 유사한 제도들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미국처럼 사법 시스템 전체를 지탱할 정도로 비중이 큰 나라는 드물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법정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 재판 내용보다 "딜이 들어왔냐, 안 들어왔냐"부터 얘기하는 경우가 허다한 거죠. 

그래서 이번 맨지오니 사건이 아주 흥미진진한 겁니다. 뉴스 제목만 보면 "유죄 인정? 딜 쳤겠네" 싶지만, 실제로는 전형적인 플리바겐이 아니고, 본인 입으로 연방법원에서 살인을 인정하는 위험을 감수한 거니까요.

그러면서 동시에 "연방에서 유죄 인정했으니 주 재판은 무효다"라는 논리로 주 살인 재판을 아예 날려버리려는 수를 둔 겁니다. 

미국 뉴스 오래 보다 보면, 이 동네 재판은 진짜 고수들이 두는 체스판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러니 거액 연봉 받는 변호사들이 떵떵거리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돈 많이 주면 변호사가 어느 법원에서 먼저 판을 짤지, 어떤 혐의를 주고 어떤 혐의를 털어낼지, 이 카드가 다른 재판에 어떤 파급력을 줄지까지 다 계산해서 움직이니까요. 

맨지오니가 이번에 크게 한 수 던졌지만, 여전히 연방에서 종신형 때려맞을 위험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형량을 줄이는 밑거름이 될지, 뉴욕주 살인 재판을 엎어버리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둘 다 실패해서 독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이번 뉴스는 "형량 딜 좀 해달라"고 빌어본 게 아니라, '유죄 인정'이라는 초대형 카드를 먼저 판에 던져놓고 진짜 다음 싸움을 시작한 모양새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