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세 폐지됐는데 알링턴하이츠는 왜 1% 그대로일까 - Arlington Heights - 1

아침 일찍 동네 마트에 들러 두부와 시금치, 사과 몇 알을 샀습니다. 영수증을 받아 들고 천천히 내려다보니 세금 줄이 여전히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일리노이 식료품세가 없어졌다는 뉴스를 분명히 들었는데 말입니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서두르지 않고 그 이유를 하나씩 찾아보았습니다.

먼저 주 정부 쪽 사실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리노이는 2024년 8월 주지사 서명으로 공법 103-0781을 확정했고, 2026년 1월 1일부터 주 차원의 1% 식료품세 징수를 멈췄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1%는 원래 주 정부 금고에 남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주가 걷기는 했지만, 물건이 팔린 시나 마을로 그 돈을 돌려보내던 구조였습니다. 그러니 주가 손을 떼면 줄어드는 쪽은 결국 각 지방정부의 살림입니다.

그래서 법은 빈자리를 메울 길도 함께 열어 두었습니다. 시와 카운티가 주민투표 없이 조례만으로 자체 1% 식료품세를 매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일리노이 국세청 안내를 보면 마감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2025년 10월 1일까지 조례를 낸 곳은 2026년 1월 1일부터, 그 뒤 2026년 4월 1일까지 낸 곳은 7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캐피톨 뉴스 일리노이 보도에 따르면 656개 지자체가 자체 식료품세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주 전체 지자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숫자입니다.

알링턴하이츠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을 이사회는 2025년 8월 18일 회의에서 6대 3으로 1% 마을 식료품세를 통과시켰습니다.

마을 측 설명은 간단했습니다. 사라지는 주의 1%를 마을의 1%가 대신하는 것이니, 장바구니에 붙는 세율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금을 포기하면 일반기금에서 해마다 130만 달러가 빠진다는 것이 마을 직원들의 추산이었습니다.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

당시 마을 관계자들은 이런 세원 없이 가면 재산세 부과액을 8.25% 올려야 할 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장바구니 1%와 재산세 고지서 사이에서 저울질을 한 셈입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반대한 이사 한 명은 식료품세가 형편이 어려운 주민에게 더 무거운 나쁜 세금이라며, 차라리 홈룰 판매세를 올리자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사는 마을 예비 기금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장보기, 전기, 보험료가 다 오른 주민들 사정을 생각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2년 뒤 자동으로 만료되게 하고 그때 다시 따져 보자는 일몰 조항도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이 안은 5대 4로 아깝게 부결됐습니다.

같은 날 이사회는 스트리밍 구독에 5% 세금을 새로 매기는 안도 7대 2로 통과시켰습니다. 다섯 번째 구급차를 1년 내내 운영할 구급대원 인건비를 마련하려는 목적입니다.

마을 추산으로 이 세금은 연 48만 달러를 걷게 되는데, 구급차 인력 비용은 112만 달러로 잡혀 있습니다. 광고 있는 인기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면 연 41달러, 광고 없는 요금제면 61달러가 더 나간다고 합니다.

그럼 모든 먹거리에 1%만 붙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탄산음료, 사탕, 술, 바로 먹도록 조리된 음식은 원래부터 식료품 혜택 대상이 아니어서 일반 판매세율을 그대로 냅니다.

그리고 영수증에는 마을 세금 말고 또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시카고 일대 대중교통 재원으로 쓰이는 지역 교통세가 식료품에도 따로 붙습니다.

이 교통세는 올해 이름이 RTA에서 NITA로 바뀌었고, 8월 1일부터 0.25%포인트 올랐습니다. 쿡 카운티에서 파는 식료품은 1.25%에서 1.50%가 됐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주 1%는 마을 1%로 이름만 바뀌었고, 교통세는 오히려 올라서, 지금 영수증의 식료품 세금은 작년보다 조금 늘어난 셈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조금 서운했습니다. 폐지라는 말이 주는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가 우리를 속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는 생색을 냈고, 마을은 구멍 난 살림을 메울 길을 골랐을 뿐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일몰 조항이 한 표 차로 떨어진 것은, 2년 뒤 주민들이 다시 따져 볼 기회 하나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네 세율이 궁금하시면 일리노이 국세청 웹사이트의 Tax Rate Finder에 주소를 넣어 보시면 됩니다. 이웃 마을 가운데는 이 세금을 매기지 않은 곳도 있으니, 장보는 곳 주소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저라면 1% 차이 때문에 먼 마트까지 기름을 쓰며 가지는 않겠습니다. 그보다 마을 이사회 예산 회의 안건을 한 번쯤 챙겨 보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것이 실은 자리만 옮겨 앉아 있는 경우가 세상엔 참 많습니다. 영수증 한 줄도 그렇습니다.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차 한 잔을 우리며 생각합니다. 이름표보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보는 눈, 나이가 들수록 그 눈이 더 귀하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