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 주변 도시 여행, 오로 밸리, 마라나, 시에라 비스타 - Tucson - 1

투산(Tucson)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만 밖으로 나가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흥미로운 위성 도시와 명소들이 가득합니다.

투산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두고 주말마다 사방으로 짧은 여정을 떠나다 보면, 이 애리조나 남부라는 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깊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가장 먼저 북쪽으로 운전대를 잡으면 투산의 든든한 동반자 격인 오로 밸리(Oro Valley)와 마라나(Marana)가 나타납니다. 두 곳 모두 투산의 위성 도시로 사실상 하나의 커다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카탈리나 산맥 기슭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오로 밸리는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신도시의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무엇보다 치안이 훌륭하고 로컬 학군에 대한 평가가 높아서,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이주자들이 첫손에 꼽는 살기 좋은 지역입니다. 반면 그 옆의 마라나는 넓고 평평한 대지를 바탕으로 최근 신규 주거 단지 개발이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투산 도심의 복잡함을 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넓은 새집을 찾는 실속파 주민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I-10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2시간을 더 시원하게 달리면 애리조나 최대 도시인 피닉스에 닿게 됩니다.

반대로 남쪽으로 향하면 공기의 흐름과 도시의 색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I-19 고속도로의 최남단 끝자락, 투산에서 약 65마일(105km)을 내려가면 국경 도시인 노갈레스(Nogales)와 마주하게 됩니다. 미국 측 노갈레스에서 국경 펜스 하나만 넘으면 바로 멕시코 소노라주의 노갈레스 시내로 곧장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주말을 맞아 가볍게 국경을 넘어 진짜 현지 스타일의 소노란 음식을 맛보거나,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멕시코 전통 핸드크래프트 소품을 쇼핑하러 가는 투산 주민들이 제법 많습니다. 다만 이곳을 방문할 때는 당연히 국경을 통과해야 하므로 여권이나 시민권 증명서 같은 신분 서류를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투산에서 동쪽으로 눈길을 돌려 I-10 고속도로를 타면 작은 마을 벤슨(Benson)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록 인구는 적고 아담한 동네이지만, 인근에 위치한 '카치너 캐번스 주립공원(Kartchner Caverns State Park)'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대자연이 오랜 세월 비밀스럽게 빚어낸 경이로운 석회암 동굴로,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투어를 통해서만 신비로운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높아 주말 투어 예약은 금방 매진되니 반드시 몇 주 전에 미리 예약해 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서남쪽 방향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과거 번성했던 유서 깊은 광산 도시인 에이요(Ajo)의 독특한 아도비 양식 건축물들을 구경할 수 있고, 동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면 거대한 군사 기지인 포트 휴아추카(Fort Huachuca)가 자리한 시에라 비스타(Sierra Vista)에 도달합니다. 비록 군사 도시의 색채가 짙지만, 인근의 허미트 피크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램지 캐니언(Ramsey Canyon) 등 빼어난 자연 명소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어 하이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투산을 중심축으로 삼아 반경 50마일 안팎으로 동서남북 선을 그려보면 국경과 사막, 거친 산악 지대와 세련된 신도시가 절묘하게 얽혀 있는 애리조나 남부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지루할 틈 없이 주말마다 한 군데씩 지도 도장을 깨듯 찾아다니다 보면, 이 척박해 보이는 사막 지대 구석구석에 숨겨진 보물 같은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