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도 암 위험일까, 공중보건국장 경고의 진짜 의미 - Indianapolis - 1

얼마 전 지인 모임에서 와인 한 잔을 따르던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와인 하루 한 잔은 오히려 심장에 좋다던데, 요즘은 그것도 암걸린다고 난리라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다들 피식 웃고 넘어갔지만, 집에 와서 자료를 다시 찾아봤어요.

2025년 1월 3일에 나온 미국 공중보건국장(Surgeon General)의 권고문입니다.

당시 공중보건국장이 Alcohol and Cancer Risk라는 advisory를 발표했어요.

핵심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술은 적어도 일곱 가지 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거예요.

일곱 가지는 유방암, 대장암, 식도암, 간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입니다.

맥주든 와인이든 소주 같은 증류주든 종류와 상관없다는 점도 분명히 적혀 있어요.

권고문은 술을 담배와 비만 다음가는 예방 가능한 암 원인 3위로 꼽았습니다.

미국에서 술과 관련된 암이 해마다 10만 건, 사망이 2만 건으로 추산된다는 수치도 함께 나왔어요.

그럼 제목의 질문, 한 잔도 위험하냐로 돌아가 볼게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게 상대 위험과 절대 위험의 차이입니다.

권고문에 따르면 술을 주 1잔 미만으로 마시는 여성이 80세까지 술 관련 암에 걸릴 누적 확률은 16.5%예요.

하루 한 잔이면 19.0%, 하루 두 잔이면 21.8%로 올라갑니다.

숫자를 보고 저는 솔직히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는 데 조금 놀랐습니다..

왜 그럴까요. 권고문이 설명하는 경로를 쉽게 풀면 몇 단계로 정리됩니다.

첫째,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생기는데, 이게 DNA를 손상시킵니다.

둘째, 산화 스트레스가 세포를 손상시켜요.

셋째, 술은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 수치를 바꿔서 유방암과 연결됩니다.

넷째, 담배 연기 같은 다른 발암물질이 몸에 더 잘 흡수되도록 돕는 역할도 해요.

여기서 우리 한인들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있어요. 술 한 잔에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분들, 주변에 꼭 계시잖아요.

이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ALDH2)가 약한 체질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고, 동아시아인에게 비교적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분해가 느리면 그 물질이 몸에 더 오래 머무니, 이런 분들은 식도암 위험과 관련해 더 조심하라는 연구가 꾸준히 나와요.

지금 미국 술병에 붙은 경고 문구는 임신 중 음주와 운전 능력 저하에 관한 내용이에요.

그런데 라벨을 바꾸려면 의회가 법을 고쳐야 해요. 공중보건국장이 권고한다고 바로 바뀌는 구조가 아닙니다.

제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라벨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어요.

머시 국장도 권고문을 낸 그달에 임기를 마쳤고요.

그리고 USDA가 공식적으로 술을 덜 마시라는 짧은 문장으로 정리했어요.

임신부, 알코올 사용장애에서 회복 중인 사람, 음주를 조절하기 어려운 사람은 마시지 말라는 권고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저는 정부가 술을 마셔라 말아라 정해주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어른이 자기 몸에 대해 선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고 책임입니다.

다만 그 선택이 제대로 되려면 정확한 정보가 먼저예요.

습관처럼 매일 마시는 한 잔부터 줄이고,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이면 양을 더 보수적으로 잡겠습니다.

적게 마실수록 위험이 낮다, 이 한 문장만 기억하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