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엔 골프장 두 곳, 그린피와 코스 정리해봤다 - Cheyenne - 1

골프를 시작한 계기가 좀 웃기다. 정수리가 휑해지는 걸 느낀 순간부터 이상하게 골프가 당기더라.

모자 하나 눌러쓰고 필드에 나가면 그날만큼은 딴생각이 안 든다.

대평원과 로키산맥이 만나는 이 프런티어 도시에서 골프라니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의외로 잘 맞는다.

샤이엔에는 공립 골프장이 두 곳이나 있고, 가격도 부담 없고 코스도 나쁘지 않아서 골프 치기엔 은근히 괜찮은 동네다.

먼저 에어포트 골프 클럽(Airport Golf Club)부터 보자. 이름 그대로 공항 근처에 있는데 1929년에 문을 연 코스라 역사가 꽤 깊다.

거의 백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18홀에 6,121야드, 파 70이고 코스 레이팅은 67.1, 슬로프 레이팅은 99다. 그린피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18홀 22달러, 9홀 15달러로 똑같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코스면 솔직히 남는 장사다. 다른 도시 공립 코스랑 비교해봐도 밀리지 않는 가성비다.

샤이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기도 하고, 와이오밍 오픈(Wyoming Open)이 열리는 유일한 코스라는 타이틀도 있다.

주 단위 프로 대회가 열리는 곳답게 관리 상태가 확실히 다르더라.

홀마다 설계가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고, 초보든 오래 친 사람이든 다 만족할 만하다.

여름엔 해가 길어서 퇴근하고도 라운드 한 번 도는 게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샤이엔 골프장 두 곳, 그린피와 코스 정리해봤다 - Cheyenne - 2

두 번째는 킹엄 프레리 뷰 골프 코스(Kingham Prairie View Golf Course)다. 1965년 개장한 9홀 코스로 3,080야드, 파 36이다.

코스 레이팅 34.4, 슬로프 레이팅 109이고 주소는 3601 Windmill Rd다. 에어포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입문자나 가볍게 치고 싶은 사람한테 딱이다.

주니어 레슨 프로그램도 있어서 아이랑 같이 골프 배우고 싶은 집에도 좋을 것 같다. 걷기 좋은 코스라 카트 없이 걸어서 도는 사람도 꽤 많다.

두 코스 다 시(City of Cheyenne)에서 운영하는 공립 코스다.

같은 관리 체계라 airportgolfclub.com 한 사이트에서 두 곳 티타임을 다 예약할 수 있어서 편하다.

멤버십 없이 누구나 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두 코스를 하나의 골프 브랜드처럼 묶어놓은 방식도 은근히 똑똑하다.

샤이엔 골프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고도다. 해발 6,062피트, 약 1,847미터라 공기가 희박해서 공이 생각보다 훨씬 멀리 나간다.

처음 라운드 도는 사람은 거리 계산이 안 맞아서 당황하곤 한다. 평소보다 클럽 하나 내려 잡으라는 팁이 있는데 실제로 써보면 꽤 도움이 되더라.

바람도 세서 드라이버 샷이 엉뚱한 데로 날아가는 날도 있지만,

그것도 와이오밍 골프만의 재미라면 재미다. 넓은 하늘 아래서 치니까 오히려 스케일이 커지는 느낌이랄까.

에어포트 골프 클럽은 1929년 개장 이후 95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그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와이오밍 골퍼들이 이 코스에서 스윙을 다듬었을지 생각하면 좀 뭉클해진다.

킹엄 프레리 뷰도 1965년 이후 수십 년째 동네 사람들 사랑을 받아온 코스다. 두 코스 다 와이오밍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인 셈이다.

와이오밍 하늘 아래서 한 라운드 돌고 나면 머릿속이 그냥 리셋되는 기분이다.

18홀에 22달러면 이 경치 보면서 치기엔 확실히 괜찮은 값이라고 생각한다.

정수리는 계속 넓어지는데 스코어는 조금씩 줄고 있으니 그럭저럭 이득이라고 우겨본다.

한번 나가보면 왜 이 동네 골프가 괜찮다는 건지 알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