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거래처 사장님 한 분과 점심을 먹다가 HSA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은퇴하면 그 통장은 그냥 묵혀두는 거 아니냐고 물으시길래, 오히려 그때부터 쓸모가 커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HSA는 고공제 건강보험(HDHP)에 가입한 사람이 여는 건강저축계좌입니다. 넣을 때 소득공제, 불어날 때 비과세, 의료비로 꺼낼 때도 비과세라서 흔히 세 번 세금 혜택을 받는 통장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많은 분들이 이 돈을 병원비나 약값에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은퇴 후 매달 빠져나가는 메디케어 보험료도 여기서 낼 수 있다는 건 의외로 잘 모르시더라고요.
IRS Publication 969를 보면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HSA의 적격 의료비가 아닙니다. 다만 몇 가지 예외가 있고, 그중 하나가 65세 이상 계좌 주인의 메디케어 보험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메디케어 파트 B, 파트 D 처방약 보험, 그리고 메디케어 어드밴티지(파트 C) 보험료가 해당됩니다. 보험료를 내야 하는 파트 A가 있다면 그것도 포함됩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메디갭이라고 부르는 메디케어 보충보험 보험료는 나이와 상관없이 HSA로 비과세 처리가 안 됩니다.
제목만 보고 메디케어 관련 보험료는 전부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오리지널 메디케어에 메디갭을 붙여 쓰실 계획이라면 그 부분은 일반 소득에서 내는 돈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금액으로 보면 꽤 의미가 있습니다. 2026년 파트 B 표준 보험료는 월 202.90달러이고, 2025년 185달러에서 17.90달러가 올랐습니다.
1년이면 파트 B 하나만 2,400달러가 넘습니다. 소득이 높아 IRMAA라는 추가 보험료가 붙는 분들은 부담이 더 커집니다.
2027년 파트 B 보험료는 보통 가을에 CMS가 발표하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확정 수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오르는 추세라는 점만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에서 파트 B 보험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HSA에서 그만큼을 본인에게 환급해 가져가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배우자 보험료는 조건이 조금 다릅니다. Publication 969에 따르면 계좌 주인이 65세 미만이면 65세 이상 배우자의 메디케어 보험료는 일반적으로 적격 의료비가 아닙니다.
부부 나이 차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 부분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누구 명의의 HSA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디케어에 가입하는 순간 HSA에 새로 돈을 넣는 것은 막힙니다. 이미 쌓인 돈을 쓰는 건 자유지만, 추가 납입 자격은 메디케어 가입과 함께 사라집니다.
여기서 실수가 자주 나옵니다. 65세가 넘어 늦게 파트 A를 신청하면 최대 6개월까지 소급해서 적용되는데, 그 기간에 넣은 HSA 납입금은 초과 납입이 됩니다.
초과 납입분에는 바로잡지 않으면 해마다 6% 소비세가 붙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계속 다니며 늦게 메디케어를 신청할 분들은 신청 6개월 전쯤 HSA 납입을 멈추라는 조언이 많습니다.
납입 한도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2026년 한도는 개인 4,400달러, 가족 8,750달러이고, 55세 이상은 1,000달러를 더 넣을 수 있습니다.
IRS는 2027년 한도를 개인 4,500달러, 가족 9,000달러로 발표했습니다. 55세 이상 추가 납입 1,000달러는 그대로입니다.
65세가 넘으면 의료비가 아닌 용도로 꺼내도 20% 벌금은 붙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 소득세는 내야 하니, 보험료처럼 비과세로 쓸 수 있는 곳에 먼저 쓰는 게 이득입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현금흐름 관리 문제입니다. 은퇴 후에도 고정비는 계속 나가는데, 그중 확실히 반복되는 지출을 세금 없는 돈으로 막아두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HSA를 단순한 병원비 통장보다 은퇴 후 보험료 전용 계좌로 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젊을 때 영수증만 잘 챙기고 잔액은 투자해 키워두는 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쓰실 때는 기록이 중요합니다. 메디케어 보험료 납부 내역이나 소셜시큐리티 연금 공제 내역을 해마다 보관해 두셔야 나중에 세금 신고 때 설명이 됩니다.
HSA에서 돈을 꺼낸 해에는 Form 8889로 사용 내역을 신고하게 됩니다. 적격 의료비로 쓴 금액과 아닌 금액을 구분해 두면 신고가 훨씬 수월합니다.
장기요양보험 보험료도 HSA로 낼 수 있지만, 나이별 연간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한도는 매년 바뀌니 그해 기준을 따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파트 B, D, 어드밴티지 보험료는 65세 이후 HSA로 비과세 지불이 됩니다. 메디갭은 안 되고, 메디케어 가입 후에는 새 납입이 막힙니다.
배우자 보험료와 소급 적용 기간처럼 세부 조건이 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세무사나 재정 전문가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한인 분들 중에는 HSA를 회사에서 만들어 줬으니 그냥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액이 얼마인지, 투자로 굴리고 있는지조차 모르시는 분도 꽤 봤습니다.
은퇴가 아직 멀었다면 지금은 잘 쌓아두는 시기입니다. 은퇴가 가깝다면 메디케어 신청 시점과 HSA 납입 중단 시점을 함께 계산해 두셔야 합니다.
좋은 치즈가 시간이 지나야 맛이 드는 것처럼, HSA도 오래 묵힐수록 쓸모가 커지는 통장입니다. 저라면 은퇴 첫해 파트 B 보험료부터 이 통장으로 내는 계획을 세워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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