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고 뉴스에 무감각해진 미국인들, 정말 그럴까 - Augusta - 1

조지아 쪽은 9월 말인데도 한낮엔 아직 볕이 따갑다. 그런데 아침 공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며칠 전부터 창문을 열어두면 선선한 바람이 훅 들어오는 게, 계절이 넘어가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날씨가 조용히 바뀌는 걸 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요즘 뉴스를 보는 내 태도도 어느새 조용히 바뀌어 있다는 걸.

얼마 전에도 총기 사고 속보가 떴는데,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화면을 쓱 내리고 있었다. 몇 년 전이었으면 한참 멈춰서 기사를 다 읽었을 텐데.

그 순간 스스로에게 좀 놀랐다. 나 이거 무감각해진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싶었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총기 사고 뉴스를 안 보고 지나가는 주가 드물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인들이 이제 총기 사고에 무뎌졌다는 말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이 얘기, 실제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꽤 갈린다. 한쪽에서는 정말 그렇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심리학자 제프 템플 같은 경우는 반복 노출이 무감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자꾸 보다 보면 뇌가 그걸 일상으로 처리해버린다는 논리다.

반면 노스이스턴대 사회학자 잭 러빈은 이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사람들이 총기 사고를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충격을 받고 있다는 거다.

사회심리학자 레너드 뉴먼은 한발 더 나아가서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덜 무뎌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꽤 흥미로운 반전이다.

이 상반된 주장들 사이에서 실제 데이터를 찾아보니 숫자가 꽤 명확했다. 미국심리학회가 해리스폴에 의뢰해 성인 2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퍼센트가 총기 난사 가능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게다가 셋 중 한 명, 정확히는 33퍼센트는 이 두려움 때문에 아예 특정 장소나 행사를 피한다고 답했다. 이 정도면 절대 무덤덤한 반응이라고 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개 행사에서 총기 사고를 걱정하는 비율이 53퍼센트, 쇼핑몰이 50퍼센트, 학교나 대학이 42퍼센트, 영화관이 38퍼센트였다. 일상 곳곳이 다 걱정 목록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솔직히 이 수치들을 보면서 나도 좀 놀랐다. 겉으로는 다들 무심해 보이는데 마음속으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는 얘기니까.

그럼 왜 우리는 서로에게 이제 다들 무뎌졌다고 말하게 되는 걸까. 아마 뉴스에 반응하는 방식과 실제로 느끼는 두려움이 서로 다른 층위에 있어서인 것 같다.

정책 쪽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갤럽이 매달 물어보는 지금 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조사에서 총기 문제가 상위에 오르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역대 가장 높았던 때가 2018년 3월, 파크랜드 총기 사고 직후였는데 그때도 13퍼센트에 그쳤다. 그렇게 충격적인 사건 뒤에도 정치적 관심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이 정도밖에 안 됐다.

이 부분이 진짜 무감각처럼 보이는 지점이다.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두려워하면서도 그게 정책 논의나 투표 행동까지 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뉴스 만드는 쪽 사정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26년에 나온 한 연구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 사고 263건의 보도량을 전부 분석했다.

이 연구가 던진 질문이 바로 내가 궁금했던 그 지점이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언론이 정말 하나하나에 예전만큼 공을 들여 보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건이 잦아질수록 개별 사고 하나에 쏟아지는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 독자가 무뎌졌다기보다 뉴스룸의 판단이 먼저 달라진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다. 사람들의 두려움 자체는 줄지 않았는데 뉴스가 다뤄주는 시간과 정치적 관심은 예전만큼 오래가지 않는다.

이 둘을 뭉뚱그려서 미국인들이 총기 사고에 무감각해졌다고 하면 좀 억울한 진단이 아닐까 싶다. 무감각이라기보다는 감정과 행동이 따로 노는 상황에 더 가깝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동정 피로라는 말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감정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계속 소모되다 보니 스스로를 지키려고 반응을 줄이는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문제와 가까이 맞닿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반응이 전혀 다르다. 한 설문에서는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총으로 위협받은 적이 있고, 여섯 명 중 한 명은 누군가 총에 맞는 걸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4퍼센트가 총기 사고에 대비해 뭔가 대비책을 세워뒀다고 답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총기 안전 얘기를 나눈 게 가장 흔한 대응이었다.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이 손 놓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매일같이 쏟아지는 속보 하나하나에 예전처럼 감정을 다 쏟아붓지 않을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걸 무감각이라기보다 일종의 완충장치라고 보고 싶다. 계속 최대치로 놀라고 슬퍼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쓸 에너지가 남지 않을 테니까.

화면을 무심히 내리는 손가락과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지금 미국 사람들의 진짜 모습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단순히 무뎌졌다고 하기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 많이 걱정하고 있으니까.

계절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바뀌듯 사람들의 반응 방식도 그렇게 조용히 자리를 옮겨가는 중이 아닐까 싶다. 무감각이 아니라 적응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는 게 지금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