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처음 와서 느끼는 건 두 가지입니다 - Colorado Springs - 1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느끼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기가 다르다는 것, 다른 하나는 파이크스피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는 것입니다.

해발 6,035피트(1,839미터)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미국에서도 드물게 산을 품고 사는 대도시입니다.

콜로라도에서 덴버 다음으로 큰 도시이고, 인구는 최근 센서스 기준 4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도시의 역사는 18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철도 사업가 윌리엄 잭슨 팔머가 이 땅에 계획 도시를 세우면서 콜로라도 스프링스가 탄생했습니다.

이름에 '스프링스'가 들어간 이유는 인근 매니투 스프링스의 천연 탄산 온천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팔머는 처음부터 부유한 관광객과 건강을 위해 서부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휴양 도시로 설계했는데, 그 DNA는 지금도 브로드무어 리조트와 올드 콜로라도 시티 같은 공간들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이해하는 데 군사 기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포트 카슨 육군 기지, 피터슨 우주군 기지, 슈리버 우주군 기지, 샤이엔 마운틴 우주군 스테이션, 그리고 바로 북쪽에 미 공군 사관학교까지, 이 도시는 미국 방위 산업의 핵심 허브입니다.

군인과 군 가족, 군 관련 민간인들이 도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이것이 도시 문화와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관광 자원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곳이 가든 오브 더 갓(Garden of the Gods)입니다. 붉은 사암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이 국립 천연 기념물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사계절 내내 하이킹과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가 높습니다.

파이크스피크(Pikes Peak)는 해발 14,115피트(4,302미터)의 14er로,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도로와 코그 레일웨이(Cog Railway)가 있어 등산 없이도 정상 경험이 가능합니다.

올드 콜로라도 시티는 도시 서쪽에 위치한 역사 지구로, 독립 상점,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거리입니다. 매니투 스프링스는 올드 콜로라도 시티에서 좀 더 서쪽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별도의 소도시로, 파이크스피크 코그 레일웨이 출발지이자 탄산 온천, 아르카데, 개성 있는 가게들로 유명합니다. 세븐 폴스(Seven Falls)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폭포 관광지로, 셜리 템플부터 마릴린 먼로까지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다녀간 곳입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이전부터 '올림픽 시티 USA'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올림픽 패럴림픽 위원회(USOPC) 본부가 이 도시에 있고, 2020년에는 미국 올림픽 패럴림픽 박물관이 다운타운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수십 개의 국가대표 선수단이 훈련하고 생활합니다.

기후는 반건조(semi-arid) 성격으로, 연간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이어집니다. 여름은 건조하고 따뜻하며,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만 고도가 높음에도 덴버보다 기온이 오히려 온화한 날들도 있습니다. 다만 하루 안에 날씨가 크게 바뀌는 것이 특징이라 항상 레이어드 옷차림이 정석입니다. 봄에 며칠씩 눈보라가 치다가 다음 날 반팔 날씨가 되는 일도 흔합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덴버의 화려함은 없지만, 자연과 역사, 군사 문화, 스포츠가 독특하게 섞인 도시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하루 이틀 만에 다 볼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습니다. 파이크스피크 하나만 제대로 탐험하는 데도 하루가 족히 걸리고, 가든 오브 더 갓에서 일출을 보는 경험은 한번 하면 평생 잊히지 않습니다. 이 도시는 아는 만큼 보이고, 갈수록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그런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