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회의실’이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앉는 공간을 넘어, 기업 의사결정과 협업 방식을 바꿔 온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 발자취를 한번 따라가 볼게요.

18세기 초, ‘보드룸(boardroom)’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기업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모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공간이 생겼어요. 초기에는 회의실이라기보다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 주위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정도였지만, 이곳에서 내린 한두 가지 결정이 회사를 좌우하곤 했죠.

19세기 초, 주(州) 차원에서 법인이 정기적으로 이사회 회의를 열도록 규정하면서 회의실의 중요성이 공식화되었어요. 이를 통해 ‘이사회실’은 단순한 대화 공간이 아닌, 기업 거버넌스의 핵심 무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던 19세기 후반, 철도 교통이 발달하며 대도시 인근의 고급 호텔들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회의실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기 시작했어요. 출장 온 경영진들은 호텔 내 편의 시설과 함께 회의실을 빌려 토론과 협상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회의실 대여 비즈니스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로버츠 의사 진행규칙(Robert’s Rules of Order)이 나오면서 회의 진행 방식과 표결 절차가 체계화됐어요. 이에 따라 회의실에서는 단순히 말하는 것을 넘어, 의제 설정·의견 교환·투표·기록까지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전화 회의가 보편화됐고, 1964년에는 화상통화의 시초라 할 만한 ‘픽처폰(Picturephone)’이 공개되며 화상 회의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1990년대가 되자 파워포인트가 등장하며 회의실 내부에 프로젝터와 AV 장비 설치가 필수가 되었고, 슬라이드 쇼를 통해 시각적 자료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죠.

최근에는 테이블에 전원과 데이터 포트가 내장되고, 터치스크린으로 조명·음향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회의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원격 근무 확산과 함께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회의 솔루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회의실’이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답니다.

이처럼 회의실은 시대 흐름에 맞춰 형태와 기능을 바꾸며,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 역할을 계속해 오고 있어요. 다음번 중요한 협업을 계획할 때는 이 역사를 떠올리며 한층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