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핼러윈 저녁에 동네 도넛 가게에서 호박 모양 도넛 한 상자를 사 들고 나오는데, 주차장 바로 앞으로 꼬마 마녀 둘이 뛰어나오는 거예요. 브레이크를 밟고 나서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 아이들이 입은 건 까만 망토에 까만 모자였어요. 가로등 아래가 아니었으면 정말 못 봤을 거예요.
뒤에서 엄마가 헐레벌떡 따라오면서 미안하다고 손을 흔들었는데, 저는 한동안 운전대를 꽉 잡고 그냥 앉아 있었어요. 도넛 상자는 조수석 바닥에 굴러떨어져 있었고요.
그날 이후로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요. 핼러윈 밤이 실제로 보행자에게 위험한 날이라는 연구가 꽤 탄탄하게 나와 있더라고요.
2018년 JAMA Pediatrics에 실린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가 대표적이에요. 연구팀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1975년부터 2016년까지 사망 사고 자료를 분석했어요.
비교 방식도 깔끔해요. 핼러윈 당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를, 일주일 전과 일주일 후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한 거죠.
결과는 핼러윈 밤에 보행자가 차에 치여 숨질 위험이 43% 높았다는 거예요. 솔직히 숫자 보고 좀 놀랐어요.
더 충격적인 건 4살에서 8살 아이들이에요. 이 나이대는 핼러윈 밤 보행 사망 위험이 평소 비교일의 10배였다고 해요.
왜 하필 이 나이일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키가 작아서 주차된 차 뒤에 가려지고, 사탕 생각에 신나서 앞뒤 안 보고 뛰거든요.
연구팀이 꼽은 이유도 비슷해요. 어두운 색 의상, 들뜬 분위기, 그리고 음주가 겹친다는 거예요.
음주 얘기는 NHTSA 자료에서도 확인돼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핼러윈 밤 교통사고 사망자의 44%가 음주운전자가 연루된 사고였다고 해요.
핼러윈은 어른들 파티 날이기도 하잖아요. 아이들이 걸어 다니는 시간과 파티가 끝나는 시간이 겹치는 게 문제예요.
마스크도 은근히 위험해요. 시야를 가려서 옆에서 오는 차를 아이가 못 보거든요.
게다가 요즘 아이들 의상은 길고 치렁치렁한 게 많아요. 망토 자락을 밟고 넘어지거나, 그걸 정리하느라 길 한가운데서 멈춰 서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래서 Safe Kids Worldwide 같은 단체는 마스크 대신 페이스 페인팅을 권해요. 이건 저도 대찬성이에요, 사진도 더 귀엽게 나오고요.
올해 달력도 한번 보세요. 2026년 핼러윈은 토요일이에요.
주말이라 아이들이 일찍부터 오래 돌아다닐 가능성이 높아요. 파티도 늦게까지 이어지기 쉽고요.
그리고 서머타임은 바로 다음 날인 11월 1일 새벽에 끝나요. 그러니 핼러윈 당일은 아직 서머타임 기준이라는 것도 알아두면 좋아요.
이제 운전하는 입장에서 제가 정리한 요령이에요. 첫째, 주택가에서는 무조건 천천히 가요.
아이들은 차도 한가운데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요. 교차로, 중앙분리대, 연석 근처는 특히 더 눈을 크게 떠야 해요.
둘째, 드라이브웨이에서 후진으로 나올 때 진짜 조심해요. 키 작은 아이는 후방 카메라에도 늦게 잡힐 수 있거든요.
셋째, 핸드폰은 아예 손 닿지 않는 곳에 둬요. 내비 한 번 보는 사이에 아이가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요. 음악 볼륨도 살짝 줄여두면 밖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려서 도움이 돼요.
넷째, 해 질 무렵에는 일찍 전조등을 켜요. 내가 보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보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다섯째, 파티에 간다면 운전할 사람을 미리 정해요. 한 잔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제일 무서워요. 정 애매하면 차는 두고 우버나 리프트를 부르는 게 마음 편하고요.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부모님이라면 반사 테이프와 야광 팔찌를 꼭 챙기세요. 손전등 하나 들려주는 것도 효과가 커요.
길은 모퉁이나 횡단보도에서 건너고, 건너기 전에 운전자와 눈을 맞추라고 알려주세요. Safe Kids는 12살 미만 아이는 어른과 함께 다니라고 권해요.
밝은 동네, 아는 길 위주로 동선을 짜는 것도 좋아요. 사탕 몇 개 더 받으려고 어두운 골목까지 갈 필요는 없잖아요.
요즘은 교회나 학교,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하는 트렁크 오어 트릿 행사도 많아요. 차가 다니지 않는 공간에서 사탕을 받을 수 있으니,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쪽도 괜찮은 선택이에요.
연구팀은 개인 조심만이 아니라 도로 설계나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해요. 저도 동의해요, 매년 운전자 착한 마음에만 기대기엔 숫자가 너무 무겁거든요.
그래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속도를 줄이는 거예요. 그날 밤만큼은 5분 늦게 도착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해요. 오히려 천천히 가는 차를 보면 부모님들이 고마워하실걸요.
저는 올해 핼러윈엔 아예 오후에 도넛을 미리 사다 놓고, 해 진 뒤엔 운전을 최대한 안 하려고요. 꼭 나가야 하면 주택가는 돌아서 큰길로 갈 생각이에요.
달달한 사탕 냄새 가득한 밤이 누구에게도 무서운 기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다들 천천히, 조심히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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