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라디오 쇼가 내슈빌을 뮤직 시티로 이끈 이야기 - Nashville - 1

매년 11월 말이 되면 동네 라디오에서 유난히 "생일"이라는 말이 자주 들려요. 사람 생일이 아니라 쇼 하나의 생일이에요.

1925년 11월 28일 밤, 그랜드 올 오프리의 전신인 WSM 반 댄스(WSM Barn Dance)가 처음 전파를 탔습니다. 오프리는 지금도 이 날짜를 공식 생일로 챙겨요.

작년이 딱 100주년이었고, 올해는 101번째 생일이에요. 숫자로 보면 한 세기를 넘긴 셈인데, 듣고 있으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신기합니다.

시작은 의외로 보험회사였어요. 내셔널 라이프 앤 액시던트 보험사가 1925년 10월 5일에 라디오 방송국 WSM을 열었거든요.

WSM이라는 호출부호도 회사 슬로건 "We Shield Millions"에서 따온 거예요. 수많은 사람을 지켜준다는 보험 광고 문구가 결국 음악 도시의 이름표가 된 거죠.

방송국이 생기고 한 달쯤 뒤인 1925년 11월 2일, WSM은 조지 D. 헤이라는 아나운서를 데려옵니다. 그는 시카고 WLS에서 내셔널 반 댄스라는 프로그램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헤이가 첫 무대에 세운 사람은 엉클 지미 톰프슨이라는 나이 지긋한 피들 연주자였습니다. 장소는 보험사 건물 5층 스튜디오였고요.

톰프슨의 정확한 나이는 자료마다 조금씩 달라요. 오프리 공식 역사와 테네시 백과사전, 옛 홍보 책자가 서로 다른 숫자를 적고 있어서 저는 그냥 "꽤 연세 있는 피들러" 정도로만 기억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쇼는 처음부터 오프리라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이름이 바뀐 건 1927년인데, 그 계기가 정말 이 도시다워요.

당시 WSM은 NBC에서 받아 내보내던 월터 담로시의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바로 뒤에 헤이의 쇼를 붙였어요. 앞 시간엔 오페라와 클래식이, 뒤 시간엔 시골 피들과 밴조가 나오는 구조였죠.

헤이는 마이크 앞에서 지난 한 시간 동안 그랜드 오페라를 들으셨으니 이제부터는 그랜드 올 오프리를 들려드리겠다고 받아쳤다고 해요. 고급 음악에 대한 살짝 장난스러운 응수였던 셈이에요.

이 농담 한마디가 백 년 가는 이름이 될 줄은 본인도 몰랐겠죠. 저는 이 대목이 제일 좋아요. 격식 있는 쪽을 깎아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눅 들지도 않는 남부식 여유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쇼는 그 뒤로 여러 번 집을 옮겼어요. 1943년 6월에는 다운타운의 라이먼 오디토리엄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1974년까지 머물렀습니다.

1974년부터는 다운타운 동쪽에 지은 그랜드 올 오프리 하우스에서 방송하고 있어요. 그래도 라이먼은 지금까지 "컨트리 음악의 모교회(Mother Church of Country Music)"라는 별칭으로 불려요.

그럼 "뮤직 시티"라는 별명은 언제 생겼을까요. 여기서 많이들 헷갈리는데, 1925년 첫 방송 날 생긴 건 아니에요.

여러 자료가 이 별명을 1950년 WSM 아나운서 데이비드 콥에게 돌려요. 방송 중에 내슈빌을 "Music City U.S.A."라고 부른 게 시작이라는 거예요.

어떤 방송에서 나온 말인지는 자료마다 엇갈려요. 레드 폴리가 진행한 NBC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도 있고, 오프리 방송이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 녹음이 남아 있지 않다 보니 "전해진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 같은 방송국 마이크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죠.

재미있는 건 콥이 이 말을 할 때 꼭 컨트리만 생각한 건 아니었다는 해석이에요. 그 무렵 이 도시 음악판은 이미 컨트리보다 훨씬 넓었거든요.

별명의 기원을 두고 다른 전설도 하나 있어요. 1873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피스크 주빌리 싱어즈의 노래를 듣고 이 도시를 음악의 도시라 불렀다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피스크 주빌리 싱어즈 쪽 감독조차 이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고 했고, 지역 공영라디오도 증명하기 어렵다고 정리했어요. 낭만적이긴 한데 저는 여기선 기록 쪽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정리하면 이래요. 라디오 쇼 하나가 별명을 직접 만든 건 아니에요.

대신 그 쇼가 25년 동안 연주자와 청취자를 이 도시로 끌어당겼고, 그 위에서 별명이 자연스럽게 붙었다고 보는 게 정확해요. 밀물이 먼저 들어오고 나서야 해변에 이름이 붙는 것처럼요.

오프리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라디오 방송으로 꼽혀요. 매주 같은 주파수로 백 년 넘게 노래가 흘러나왔다는 건 생각할수록 대단한 일이에요.

저는 바다가 없는 이 내륙 도시에서 가끔 파도 소리가 그리워요. 그런데 토요일 밤 AM 650에 다이얼을 맞추면 묘하게 그 허전함이 좀 덜해져요.

지직거리는 잡음 사이로 피들 소리가 밀려왔다 빠지는 게 꼭 먼 바다에서 오는 너울 같거든요. 백 년 전 보험사 5층에서 시작된 그 파도가 아직 안 꺼진 거죠.

이번 주말에 시간이 되신다면 공연장 티켓까지는 아니어도 라디오나 스트리밍으로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해요. 뮤직 시티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귀로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