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거울 앞에 앉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어요.
예전엔 슥 스쳐 지나가던 그 앞에서 이제는 한참을 머물러요.
낯선 사람 얼굴 들여다보듯이, 한때 반짝거렸던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보듯이요.
이십대 시절 저는 어딜 가던 제가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지는 사람이었어요.
누군가의 눈길이 따라오는 게 당연했고, 솔직히 그걸 좀 즐길 줄도 알았죠.
사진 속의 저는 늘 한가운데 있었고, 웃음은 가벼웠고 머리카락은 반짝였어요.
그때는 그게 영원할 줄 알았어요.
아니, 영원이라는 말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어요. 지금이 너무 꽉 차 있었으니까요.
세월은 공평하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살아보니 그 공평함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무게로 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처음부터 평범했던 사람은 잃을 게 별로 없어요. 그냥 살던 대로 살죠.
그런데 한때 빛났던 사람한테 나이 든다는 건 그냥 변화가 아니라 좀 서운한 일이에요.
거울은 매일 조금씩 뭔가를 가져가고, 저는 또 매일 그걸 확인하고요.
화려했던 기억일수록 지금이랑 거리가 멀어서 더 그래요.
기억은 안 바래는데 몸만 바래가니까요.
가끔 옛날 사진을 꺼내 봐요.
그 안의 여자는 자기가 뭘 가졌는지도 몰랐어요.
가진 줄도 모르고 펑펑 써버린 젊음이 이제 와서 좀 아깝긴 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다행 아니냐고... 맞는 말이에요.
근데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은 그리워할 일도 없다는 걸 그분들은 모르더라고요.
그래도 요즘은 천천히 배우는 중이에요.
빛이 떠난 자리가 꼭 어둠만은 아니라는 걸요.
그 빛은 시선은 끌어줬지만 정작 저를 들여다보게 해주진 않았거든요.
다들 저를 봐주던 시절에, 정작 저는 저를 본 적이 없었어요.
이제 아무도 안 돌아보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저랑 마주 앉게 되네요.
주름은 표정이 머문 자국이고, 흐려진 눈은 그만큼 많이 견뎌냈다는 증거고요.
슬프지 않다고는 못 하겠어요.
다만 그 슬픔을 곱게 접어서 서랍에 넣어두는 법을 좀 익혔어요.
화려했던 기억이 이제는 저를 괴롭히는 대신, 한 여자가 분명히 잘 살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돼주거든요.
빛은 안 머물러요. 안 머무니까 빛이죠.
이걸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지만... 늦게라도 알게 됐으니 그걸로 됐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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