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면접에서 전 직장 연봉, 대답 안 해도 되는 이유 - Buffalo - 1

면접 자리에서 "지금 회사에서 연봉이 얼마나 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잠깐 머뭇거려 본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답해야 하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그냥 숫자를 불렀을 텐데, 요즘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뉴욕주는 2020년 1월부터 주 전역에서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전 직장 연봉을 묻는 행위 자체를 법으로 막고 있습니다. 지원서를 낼 때부터 면접, 최종 오퍼를 받을 때까지 전 과정에 다 걸리는 이야기라 버팔로를 포함한 뉴욕주 전역 직장인이라면 남 일이 아닙니다.

이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보면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 직장에서 낮은 연봉으로 시작한 사람은 이직을 해도 계속 그 낮은 숫자를 기준으로 협상하게 되고, 결국 몇 년이 지나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임금 격차가 이런 식으로 대물림되는 걸 막아 보자는 취지가 크다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이력서 지원 단계에서부터 희망 연봉이나 현재 연봉을 적는 칸이 당연하게 있었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낮게 적으면 협상에서 불리하고, 너무 높게 적으면 서류에서부터 걸러질까 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죠. 뉴욕주 법은 이 칸 자체를 없애 버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채용 공고에도, 지원서 양식에도, 면접 질문지에도 전 직장 연봉을 묻는 항목이 있으면 안 되고, 지원자가 자발적으로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그 정보를 알아내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위법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조항이 회사 인사팀뿐 아니라 헤드헌터나 채용 대행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중간에 낀 에이전시가 대신 물어봐서 회사에 넘겨주는 식으로 우회하는 것도 막아 놓은 셈이라, 빠져나갈 구멍을 꽤 촘촘히 막아 둔 편입니다.

뉴욕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슷한 취지의 법을 새로 도입하거나 손보는 주가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이고, 대신 회사 쪽에서 지원자에게 희망 연봉 범위를 먼저 묻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채용 절차가 바뀌고 있습니다. 전 직장 연봉을 기준 삼아 깎아 들어가는 대신, 이 자리에 얼마를 기대하는지 물어보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는 셈이죠.

그러니 면접관이 예전 습관대로 연봉을 물어보더라도 굳이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고, 이 자리에서 기대하는 연봉 범위는 이 정도입니다"라고 차분히 돌려 말해도 결례가 아닙니다. 오히려 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셈이니까요.

협주곡도 지휘자가 서두르면 곡의 맛이 사라지듯, 연봉 협상도 조급하게 먼저 패를 다 보여주면 제값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굳이 먼저 나서서 지난 숫자를 꺼낼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인생 뭐 있나요,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은 서두르지 않는 게 맞습니다. 이직 협상도 마찬가지라서, 위축되어 낮은 숫자부터 먼저 부를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법이 바뀌었다고 회사 인사 담당자들이 전부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전히 습관적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예전 채용 매뉴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화를 낼 일이 아니라 그냥 담담하게 위와 같은 식으로 답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상대도 지적받았다고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아 그렇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봉 협상이라는 게 결국 그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값을 매기는 자리인데, 굳이 지난 회사가 매겨 준 숫자에 스스로를 맞춰 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새로운 자리는 새로운 자리대로, 그 일이 요구하는 무게와 내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을 따로 놓고 이야기하면 그뿐입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을 때도 앞장의 속도에 뒷장을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직을 준비 중이시라면 지금 사는 주에 이런 법이 있는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한 번쯤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알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과 모르고 끌려가는 것은 결과가 꽤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