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진 패키지, 안 사도 되는 이유가 숫자로 나온다 - Thousand Oaks - 1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아이 가방에 학교 사진 주문 봉투가 들어있다. 사진 찍는 날짜와 함께 여러 사이즈와 가격이 빼곡히 적힌 안내문을 보고 별생각 없이 결제 버튼부터 누르는 부모들이 많다.

그런데 몇 년째 이 봉투를 받아본 부모라면 한 번쯤 서랍을 열어봐야 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주문했던 5x7 사이즈나 지갑 크기 사진이 뜯지도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학교 사진 소비자 관련 조사에서도 매년 사진을 주문해 온 부모일수록 봉투 안에 필요 이상의 여분 사진을 남기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한 사이즈만 골라 산 게 아니라 패키지째 산 결과다.

가격부터 따져보면 놀랄 만하다. 학교 사진 패키지는 보통 15달러에서 125달러 사이에서 형성되고, 대부분 가정은 25달러에서 60달러 정도를 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업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라이프터치 같은 업체의 기본 패키지는 16.99달러부터 시작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부모들이 많이 고르는 전통적인 프린트 번들은 45달러에서 75달러 선이다.

여기서 좀 놀라운 부분이 있다. 이 돈이 전부 인화 비용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학교로 돌아가는 커미션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학교가 받는 몫은 매출의 15퍼센트에서 50퍼센트에 이른다는 데이터가 있다. 라이프터치는 일부 계약에서 18퍼센트의 리베이트를 학교에 지급하기도 한다.

결국 학교 사진 값의 상당 부분은 순수한 사진값이 아니라 학교 예산을 위한 일종의 기부금 성격이 섞여 있는 셈이다. 이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 구조를 모른 채 그냥 사진값이라고만 생각하고 지갑을 여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학교 사진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아이의 그해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는 분명하고, 학교 입장에서도 이 커미션이 도서관이나 체육 예산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구조를 알고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과 모르고 패키지를 통째로 사는 것은 지출 규모가 확 달라진다.

졸업앨범도 사정이 비슷하다. 초중고를 통틀어 전통적인 인쇄 앨범 가격은 학생 한 명당 30달러에서 120달러 사이이고, 고등학교 앨범만 놓고 보면 평균 75달러 수준이라는 자료가 있다.

종이값과 인쇄비가 계속 오르면서 앨범 가격도 매년 슬금슬금 올라가는 추세다. 몇 년 전 가격을 기억하고 있다가 청구서를 받고 놀라는 부모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사진 쪽에서는 인화된 패키지 대신 디지털 파일만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필요한 사진만 골라 직접 인화하면 되는데, 코스트코 인화 서비스에서 4x6 사이즈가 장당 20센트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약국 체인 인화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학교 패키지 안에 들어 있는 5x7, 지갑 사이즈, 단체 사진까지 다 살 필요 없이, 정말 필요한 사진 한두 장만 직접 뽑으면 실제 지출은 몇 달러 선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패키지로 60달러를 냈던 집이라면, 디지털 파일 값과 코스트코 인화비를 합쳐도 10달러 안팎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나머지 50달러 가까이는 애초에 안 써도 됐을 돈이었던 셈이다.

앨범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형태로 전환한 학교는 학생당 6.99달러 정도에 학교 측 고정 비용 99달러만 더해 훨씬 저렴하게 운영한다는 자료도 있다. 다만 이건 학교가 선택할 문제라 개별 부모가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년 앨범과 사진 패키지를 다 사는 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낫다고 생각한다. 저학년 때는 디지털 파일 위주로 최소한만 챙기고, 졸업하는 해처럼 의미가 큰 시기에만 제대로 된 패키지와 앨범을 사는 식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매년 자동으로 나가는 지출일수록 한 번쯤 숫자를 뜯어보면 의외로 줄일 구석이 나온다. 학교 사진과 앨범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