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거스 이미지를 바꾼 영화 Casino (1995) - Las Vegas - 1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정말 많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영화만해도 한 다섯개는 되네요.

그런데 "라스베이거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영화를 좀 본 사람들은 대부분 1995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카지노(Casino)'를 이야기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를 어딘가 마피아의 도시로 떠올리는 이유가 바로 이 영화 때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가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총 쏘고 사람 죽이는 장면도 많지만, 사실은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가 어떻게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역사 영화에 가깝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주인공 샘 로스스타인은 실존 인물인 프랭크 로젠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그는 카지노 운영의 천재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총보다 계산기를 더 잘 다루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결국 탐욕과 인간관계 때문에 무너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놀라운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카지노 직원들이 매일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그 돈 중 일부가 비밀 통로와 숨겨진 방을 통해 조직범죄 세력에게 전달됩니다. 실제로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이런 방식의 '스킴(skimming)'이 존재했습니다. 카지노 수익 일부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몰래 빼돌리는 수법이었죠.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스타더스트 카지노는 실제로 존재했던 호텔입니다. 그런데 영화 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라스베이거스가 대기업 중심의 가족 관광도시로 바뀌면서 결국 철거되었습니다. 지금 처음 베가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영화 속 상징적인 카지노를 실제로 볼 수 없습니다. 마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봤는데 촬영지가 사라진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라스베거스 이미지를 바꾼 영화 Casino (1995) - Las Vegas - 2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샤론 스톤입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그녀를 진지한 연기파 배우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원초적 본능'의 섹시 스타 이미지로 기억했죠. 그런데 카지노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약물과 돈, 사랑과 집착에 무너져 가는 진저라는 인물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표현해 많은 평론가들이 영화 최고의 연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조 페시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가 많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고 결국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망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실제 마피아 조직에서도 이런 유형의 인물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된다는 점입니다. 경찰보다 자기 성격 때문에 조직을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마지막 30분 때문입니다. 대부분 범죄 영화는 범죄자의 성공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카지노는 다릅니다.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돈도 사라지고 권력도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집니다.

영화 마지막에 드 니로가 하는 내레이션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예전에는 마피아가 카지노를 운영했지만 이제는 MBA 출신 경영진들이 운영한다고 말합니다. 얼핏 보면 세상이 깨끗해진 것 같지만, 스코세이지는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범죄 조직 대신 거대 자본이 들어왔을 뿐이라는 냉소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카지노는 단순히 라스베이거스 영화가 아닙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욕망과 탐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지금 베가스 스트립을 걸어보면 거대한 호텔과 화려한 쇼, 가족 관광객들로 가득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 한 편이면 충분합니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많은 영화 팬들이 카지노를 최고의 라스베이거스 영화로 꼽는 이유가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를 관광지로 보여준 영화는 많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영혼을 보여준 영화는 사실상 이 작품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