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에서 살만한 곳을 고민할 때 많은 한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단연 LA 한인타운이나 풀러턴, 어바인 같은 전통적인 한인 밀집 지역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복잡한 대도시를 살짝 벗어나, 탁 트인 태평양 바다를 마주하면서도 LA의 인프라를 포기하지 않는 '롱비치(Long Beach)'가 새로운 정착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LA 카운티 남쪽 끝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도시 롱비치. 한인 인구가 아주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이곳을 선택한 한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진짜 이유'를 철저한 생활비 지수(COL) 분석과 함께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LA보다 저렴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생활비 지수(145)
롱비치의 생활비 지수(Cost of Living Index)는 145입니다. 미국 전국 평균을 100으로 잡았을 때 약 45%나 높은 수준이니, 겉보기엔 숨이 턱 막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남캘리포니아의 이웃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롱비치의 진짜 '가성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타모니카 (지수 178)
LA 시내 (지수 163)
롱비치 (지수 145)
다우니 / 애너하임 (지수 142~145)
바다를 끼고 있는 유명 해안 도시인 산타모니카나 복잡한 LA 다운타운과 비교하면 롱비치는 훨씬 경제적인 선택지입니다. 인근 내륙 도시인 애너하임이나 다우니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으로 '오션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매력 포인트입니다.
한인들이 롱비치 주거(Rent) 환경에 만족하는 이유
롱비치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주거비(렌트)입니다. 현재 롱비치의 평균 렌트 시세는 대략 다음과 같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1베드룸 아파트: 월 $2,100 ~ $2,700
2베드룸 아파트: 월 $2,700 ~ $3,400
물론 벨먼트 쇼어(Belmont Shore)나 비지토르 로우 같은 바닷가 바로 앞 명당은 프리미엄이 붙어 렌트가 매우 높습니다.
롱비치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무조건 바닷가만 고집하기보다, 다운타운에서 살짝 떨어진 내륙 지역이나 외곽을 공략합니다. 해안가와 내륙의 렌트 차이가 제법 크기 때문에, 예산을 조금만 타협하면 같은 가격에 훨씬 넓고 주차 공간이 잘 확보된 주거 환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롱비치 자체의 식료품비는 미국 평균보다 20~30% 높은 편입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집밥을 해 먹는다면 월 $1,100 ~ $1,500 정도의 식비가 예상됩니다. Ralphs, Vons, Trader Joe's 등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마트가 촘촘히 들어서 있어 장보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식재료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롱비치 내부에는 대형 한인마트가 없지만, 차로 15~20분만 이동하면 세리토스(Cerritos)나 오렌지 카운티의 가든그로브(Garden Grove)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대형 H-Mart나 시온마켓 등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식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롱비치에서 차를 몰 경우 차량 할부금, 보험료, 기름값을 합쳐 월 $550 ~ $750 선의 지출을 각오해야 합니다.
하지만 롱비치에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LA 메트로 A라인(구 블루라인)이 롱비치 다운타운까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출퇴근 시간 지옥 같은 LA 트래픽을 겪지 않고도 대중교통으로 LA 시내까지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남캘리포니아 도시입니다. 시내 내부 교통은 Long Beach Transit(LBT) 버스 시스템이 훌륭하게 받쳐주고 있어 차 없는 유학생들이 살기에도 적합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철 전기요금은 내륙으로 갈수록 폭탄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롱비치는 다릅니다.
전기요금(SCE 기준): 월 $130 ~ $210
가스요금: 월 $50 ~ $80
해안가 도시인 롱비치는 여름철 기온이 내륙 도시들보다 눈에 띄게 낮습니다
시원한 태평양 바닷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만 열어두어도 '자연 냉방'이 가능한 날이 많습니다. 이 덕분에 여름철 공과금을 내륙에 비해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어 실질적인 생활비 체감 부담이 줄어듭니다.
자녀가 있는 한인 가정이나 유학생들에게 교육비는 필수 고려 대상입니다. 롱비치 통합교육구(LBUSD)의 공립학교 시스템은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어 추가 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프리스쿨이나 사립학교를 보낸다면 월 $1,500 ~ $2,500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특히 롱비치에는 명문 주립대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롱비치(CSULB)가 캠퍼스를 잡고 있습니다. 사립대에 비해 학비가 훨씬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나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는 한인 유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육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생활비 지수 145라는 수치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철저한 예산 계획(렌트, 교통비, 식비 분배)이 필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롱비치를 선택하고 거주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LA 한인 커뮤니티의 거대한 인프라와 연결성을 100% 유지하면서도, 복잡하고 답답한 도시 소음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이국적인 '해안가 라이프 스타일'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유일무이한 완충 지대이기 때문입니다.
탁 트인 해변 산책로를 걸으며 캘리포니아의 석양을 즐기고, 주말에는 가까운 세리토스에서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생활을 꿈꾼다면 롱비치는 완벽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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