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니는 로스앤젤레스 남동쪽에 자리 잡은 도시로, 1970년대 후반부터 이미 많은 한국 이민자들이 터를 잡기 시작한 곳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큰아버지도 1977년에 이민 와서 처음 정착한 곳이 바로 이 다우니였는데, 당시만 해도 한인타운처럼 한국인 상권이 크게 형성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셨다고 합니다.

다우니는 LA 중심가와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주택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가정을 꾸리기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당시 이곳에는 전형적인 미국식 중산층 주택들이 많았고, 넓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갖춘 집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큰아버지가 살던 집도 그런 구조였는데, 한국에서 오신 친척들이 방문하면 다들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집 같다"며 감탄을 하곤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우니는 교통이 편리하여 LA 다운타운이나 롱비치, 오렌지카운티 어디든 쉽게 오갈 수 있었습니다.

큰아버지가 공장에서 일할 때도, 가족을 데리고 주말마다 교회를 다니실 때도 차로 20~30분이면 주요 도시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사실 미국 항공우주 산업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다우니에는 한때 NASA와 노스아메리칸 항공사가 운영하던 항공우주 시설이 있었는데, 아폴로 우주선이 바로 이곳에서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게 다우니는 단순히 조용한 교외 도시가 아니라 미국 우주개발 역사와 함께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큰아버지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내가 사는 도시에서 달에 간 우주선을 만들었다니 참 신기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다우니는 패스트푸드 역사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맥도날드 매장이 1953년에 문을 연 곳이 바로 다우니이고, 그 건물은 지금도 보존되어 관광 명소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큰아버지 세대 이민자들이 다우니에 살면서 자주 찾던 장소 중 하나도 이 맥도날드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외식이 흔하지 않았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햄버거를 사주던 경험이 큰 즐거움이자 특별한 추억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우니에는 멕시칸 커뮤니티가 크게 자리 잡으면서 음식과 문화가 한층 더 다채로워졌고, 지금은 한국 슈퍼마켓과 한식당도 들어서 예전보다 훨씬 살기 편한 도시로 변모하였습니다.

그러나 큰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1970년대 후반 이민 초기의 다우니는 '미국에서의 시작'을 상징하는 특별한 땅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던 시절이었지만, 바로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삶을 일구어 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우니는 이제는 평범한 LA와 오렌지카운티 중간의 도시일지 모르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희망과 도전의 역사를 간직한 첫 정착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