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노 로컬 먹거리 문화, 생각보다 풍요로워요 - Plano - 1

텍사스 하면 대부분 바베큐나 Tex-Mex부터 떠올리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플레이노에 살다 보니까 의외로 로컬 먹거리 문화가 정말 잘 형성되어 있더라고요. 특히 주말 아침 파머스 마켓에 한 번만 가봐도 "아, 이 동네 사람들이 왜 이런 곳을 좋아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농부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작은 축제 같은 분위기가 있거든요.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플레이노 파머스 마켓이에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757 W. Park Blvd에서 연중 운영됩니다. 규모는 아주 거대한 편은 아니지만 40곳이 넘는 로컬 벤더들이 참여해서 신선한 먹거리를 판매해요.

가보면 직접 재배한 상추, 케일, 시금치 같은 채소부터 제철 과일, 방목해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 생꿀, 수제 빵, 쿠키, 잼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특히 노스 텍사스 목초 방목 소고기는 일반 마트에서 파는 고기와는 맛이 조금 다르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지방이 과하지 않고 고기 향이 진해서 스테이크용으로 찾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먹거리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직접 만든 타말레, 수제 살사, 피클, 향신료, 엘더베리 시럽처럼 일반 마트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제품들도 판매합니다. 계절마다 품목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로운 재미가 있어요.

플레이노 로컬 먹거리 문화, 생각보다 풍요로워요 - Plano - 2

봄에는 딸기와 허브가 많이 나오고, 여름에는 토마토와 복숭아, 가을에는 호박과 사과가 풍성하게 진열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유명한 곳이 Georgia's Farmer's Market이에요. 1995년부터 운영된 오래된 로컬 마켓인데 916 E. 15th Street에 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골손님이 정말 많은 곳이에요.

이곳에서는 농약과 방부제를 최소화한 자연 재배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데, 특히 여름철 텍사스 복숭아가 유명합니다. 달콤한 향이 진해서 시즌이 되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해요. 그리고 vine-ripened 토마토는 이곳의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인데, 줄기에서 충분히 익힌 뒤 수확하기 때문에 향과 단맛이 일반 토마토보다 훨씬 진합니다. 단골들은 "한 번 먹으면 마트 토마토는 심심하게 느껴진다"며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더라고요.

플레이노의 이런 로컬 푸드 문화가 가능한 이유는 주변 환경 덕분이기도 해요. 도시 자체는 계획도시이지만 조금만 북쪽이나 동쪽으로 나가면 넓은 농장이 이어지는 노스 텍사스 농업 지역이 펼쳐집니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우니 수확한 농산물이 비교적 빠르게 식탁까지 올 수 있는 거죠. 신선도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평소에는 코스트코나 H-E-B, 크로거 같은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하죠. 하지만 가끔은 토요일 아침 일찍 나가 커피 한 잔 들고 파머스 마켓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플레이노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직접 재배한 과일을 맛보고, 어른들은 제철 식재료를 고르며 계절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여행 와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상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플레이노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