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디슨에 살면서도 이상하게 박물관은 늘 '다음에 가야지' 하며 미뤄두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들이 계속 "어디 놀러 가자"며 보채는 바람에 큰 기대 없이 박물관이나 가보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솔직히 시간만 보내고 오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둘러보니 예상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아서 오히려 내가 더 재미있게 구경하고 왔다.
매디슨 살다보면 대학교 덕분에 여기 문화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대학과 연계된 박물관과 미술관은 규모도 크고 전시 수준도 높다. 무엇보다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아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부담이 없다.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Chazen Museum of Art이다. UW-Madison 캠퍼스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1970년 Elvehjem Art Center로 문을 연 뒤 2005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약 17만 6천 제곱피트 규모의 전시 공간에는 2만 5천 점이 넘는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물부터 서유럽 회화, 모굴 인도 미술, 일본 에도 시대 작품, 현대 아프리카 예술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컬렉션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덕분에 부담 없이 들러 한두 시간 정도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
State Capitol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서 다운타운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도 잘 어울린다. 미술관을 둘러본 뒤 State Street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잔 마시면 반나절 일정이 금세 채워진다. 계절마다 특별전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여러 번 방문해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Wisconsin Historical Museum은 현재 잠시 쉬어가는 시기다.
Capitol Square의 30 N. Carroll Street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오랫동안 위스콘신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새로운 Wisconsin History Center 건립을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2026년 기준으로 전시는 운영하지 않고 기프트숍만 이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박물관은 2028년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기존보다 훨씬 현대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Madison Children's Museum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전시물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체험하면서 배우는 프로그램이 많아 어린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Madison Museum of Contemporary Art도 둘러볼 만하다. 무료 전시가 자주 열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소개된다.

UW-Madison Geology Museum에서는 공룡 화석과 광물 전시를, Wisconsin Science Museum에서는 과학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Monona Terrace와 Overture Center for the Arts도 추천한다.
특히 Overture Center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클래식 공연, 오페라, 재즈 공연까지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져 매디슨 문화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매디슨 문화시설 가운데 가장 자주 찾게 될 곳은 역시 Chazen Museum of Art일 것 같다. 무료인데다 전시 수준도 높고, 갈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Wisconsin Historical Museum도 2028년 재개관하면 가장 먼저 찾아가 보고 싶은 장소가 됐다.
예전에는 매디슨을 조용한 대학 도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박물관과 공연장, 갤러리가 도심 곳곳에 모여 있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혼자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휴일날 할일 없다면 아이들과 박물관을 찾아보자. 오늘처럼 박물관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SunnyHarbor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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