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자가 보면 짜증나는 영화 강철비 대사 “하루주갔어” - San Jose - 1

IT 업계 일하면서 살인적인 데드라인 겪어본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기억 하나쯤은 있다.

"이걸 어떻게 다 처리 해야 하지?" 싶은데도 위에서는 그냥 까라고 한다.

일정은 현실이 아니라 기분으로 잡히고, 개발자는 마치 버튼 누르면 결과 나오는 기계처럼 취급된다.

그래서인지 가끔 영화 속 장면이 괜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 강철비에서 나온 그 유명한 대사, "하루주갔어." 이 한마디가 딱 그 느낌이다.

상황을 보면 더 황당하다. 핵미사일 암호 해킹. 이게 무슨 로그인 비밀번호 찾기도 아니고, 국가급 보안 시스템이다.

해커가 솔직하게 말한다. "석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 이게 정상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총성 한 방, 그리고 나이 묻는 질문. 열아홉이라고 하니까 바로 압박 들어간다.

결국 살기 위해서 입장이 바뀐다. "일주일이면 가능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말도 안 되는 단축인데, 거기서 더 줄인다.

"하루주갔어."


이 장면이 웃긴 이유는 말도 안되게 현실과 닮아 있어서다.

IT 쪽에서 흔히 듣는 말들이 있다.

"이거 금방 되죠?" "다른 데는 하루면 한다던데요?" "일단 해보세요."

문제는 이 말 하는 사람 대부분이 실제 작업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다는 거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알고 싶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결과고, 과정은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이게 제일 짜증난다. 일정이라는 건 계산해서 나오는 건데, 그걸 위에서 감으로 줄여버린다.

3개월짜리 일을 1개월로 줄이는 것도 힘든데, 영화처럼 하루로 줄여버리면 이건 그냥 "죽지 말고 해라" 수준이다.

그래서 다들 야근하고, 밤새고, 건강 망가지고, 결국 번아웃 온다. 그런데 결과가 잘 나오면? "역시 할 수 있었네." 이러고 끝이다. 과정은 아무도 기억 안 한다.

강철비 장면이 재밌는 건 그 극단적인 상황 때문이다.

실제로는 미군이 24시간 안에 핵폭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진짜로 시간 자체가 없다.

그러니까 상관도 미친 듯이 압박을 넣을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도 서버 다운됐을 때, 보안 사고 났을 때. 누구도 일정 이야기 안 한다. 그냥 살려야 한다.

문제는 그런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항상 비상처럼 굴린다는 거다.

늘 급하고, 늘 촉박하고, 늘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까 진짜 급한 상황이 와도 감각이 무뎌진다.

항상 전쟁 중이면, 전쟁이 특별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 장면을 보면서 웃으면서도 씁쓸한 이유가 있다.

"하루주갔어." 이 말이 완전히 허구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단지 총 대신 메신저로 날아올 뿐이다. "오늘까지 가능하죠?"

그리고 영화에서는 결국 해낸다. 핵미사일 1단 해킹 성공, 나중에는 2단까지 간다.

감독 설정상 천재 해커라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는 천재가 있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맞춰주는 게 아니라, "이건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실력이라는 분위기다.

일정은 협상의 영역이고, 현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걸 점점 더 많이들 깨닫는다.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말하고 있을 거다.

"하루주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