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에 옆집 이웃이 이사를 했는데, 정작 짐을 날라준 사람들은 이삿짐센터 직원이 아니라 근처 교회 청년부 사람들이었다. 알고 보니 그 이웃은 교회를 다닌 적도 없다고 했다.
처음엔 그냥 봉사활동인가 하고 넘겼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장면이 생각보다 흔한 축에 속한다.
교회가 예배만 보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살림을 실제로 돌보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미국 교회 건물을 들여다보면 예배당 옆에 체육관, 넓은 주방, 회의실이 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왜 이렇게 크게 짓나 싶었는데, 애초에 마을회관처럼 쓰라고 설계된 거였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사람에게 집도 일터도 아닌 '제3의 장소'가 따로 있어야 공동체가 굴러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그 자리를 오랫동안 교회가 채워왔다.
실제로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의 40%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종교 예배에 참여한다고 답했다. 온라인이든 직접 참석이든 다 합친 수치다.
이 중 직접 예배당까지 가는 비율은 대략 3분의 1 정도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만 보거나 아예 안 나간다. 같은 조사에서 49%는 예배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으니, 교회가 모두의 장소는 확실히 아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예배에 안 나가는 사람도 교회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나 방과후 프로그램, 금주 모임 같은 건 그냥 이용한다는 점이다. 신앙과 별개로 서비스만 쓰는 셈이다.
평일 낮에 교회 주차장에 가보면 투표소로 쓰이거나 보이스카우트 모임이 열리거나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흔하다. 건물 하나가 일주일 내내 돌아가는 구조다.
개신교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라이프웨이 리서치 조사에서는, 성도 중 평균 42%가 교회 안에서 정기적인 역할을 맡고 27%는 교회 밖 지역사회 봉사에 나간다고 추정했다. 안에서든 밖에서든 사람이 계속 움직이는 셈이다.
이게 왜 유독 미국에서 두드러지나 생각해보면, 동네 단위로 모일 마땅한 공공장소가 원래 많지 않았다는 점이 크다.
한국처럼 아파트 단지마다 커뮤니티센터가 있고 동사무소 프로그램이 촘촘하게 짜여 있는 구조가 아니다. 차로 이동해야 하는 동네일수록 걸어서 모일 곳 자체가 없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저서 '나 홀로 볼링'에서 미국인들이 지난 수십 년 사이 동네 모임이나 클럽 활동에서 눈에 띄게 멀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볼링 리그나 학부모 모임 같은 전통적인 동네 조직이 줄어드는 동안, 교회는 상대적으로 오래 버틴 축에 든다.
그 빈자리를 교회가 채워온 거고, 이건 신앙심의 문제라기보다 그냥 인프라의 문제에 가깝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 한인교회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한인 이민사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교회가 이민자들의 첫 정착지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온다.
영어 교실, 이민 서류 상담, 일자리 정보 공유가 예배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서 이뤄졌다.
부모 세대에게는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에게는 한국어와 명절 풍습을 가르치는 것도 상당수 한인교회가 맡아온 몫이다. 학교나 학원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교회가 채운 셈이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재미 한인 중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답한 비율은 59%였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크리스천 비율은 32%에 그쳤다.
이민을 오면서 신앙심이 갑자기 두 배 가까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낯선 땅에서 언어와 정보, 친분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곳이 교회였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실제로 초기 이민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배 자체보다 예배 끝나고 나오는 커피와 밥 한 끼가 더 절실했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런 면에서 한인교회는 미국 교회가 오래 걸려 만든 '제3의 장소' 기능을 훨씬 압축적으로, 훨씬 빠르게 해낸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교회와 결이 다른 부분도 있다. 미국 교회는 신자가 아닌 동네 사람에게도 시설을 꽤 열어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인교회는 같은 언어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안으로는 단단해지는 대신 바깥으로는 조금 닫혀 있는 느낌이 있다. 이건 좋고 나쁨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차이에 가깝다.
2세들 사이에서는 부모 세대만큼 교회를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영어가 더 편한 데다 한국어 예배가 부담스러워서 발길이 자연스럽게 뜸해졌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직접 들은 적도 있다.
이건 신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세대가 바뀌면서 어디서 사람을 만나는가 하는 습관 자체가 바뀌는 거라, 딱히 누구 탓을 하기도 애매한 흐름이다.
개인적으로는 등산 모임이나 러닝 클럽에서 비슷한 기능을 느낄 때가 많다.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들과 땀을 흘리다 보면 그 안에서 정보도 오가고 서로 안부도 챙기게 된다. 결국 교회가 하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길 하나를 같이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예배당 로비에서 나누는 대화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교회냐 아니냐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얼굴을 보고 서로 도와줄 사람이 있는 자리가 동네에 있느냐 하는 것 같다.
한인 커뮤니티도 교회 하나에만 기대기보다 등산 모임이나 취미 모임처럼 다양한 창구가 늘어나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dreamer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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