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로 이주하기 전 준비해야 할 항목들 - Anchorage - 1

주변에서 "앵커리지로 이사 가는데 뭐부터 준비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인터넷에 정작 이사와 관련된 필요한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실제 살면서 느낀 현실적인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 번째는 겨울을 너무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앵커리지는 미국에서도 겨울이 긴 도시입니다. 11월부터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해 봄까지 눈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있고, 강풍이 불면 체감온도는 훨씬 낮아집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비싼 패딩 하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신발이 더 중요합니다. 바닥이 얼어 있는 날이 많아서 일반 운동화를 신고 다니다가는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방수 기능이 있는 겨울 부츠와 미끄럼 방지 밑창은 생활 필수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갑도 얇은 패션용보다 방풍 기능이 좋은 제품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두 번째는 자동차 준비입니다.

앵커리지로 이사하는 사람들은 본토에서 타던 차를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워싱턴주나 오리건, 캘리포니아에서 이사하는 사람들은 차량을 선박으로 보내거나 캐나다를 거쳐 직접 운전해서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같은 차라도 가격이 본토보다 더 비싼 편이기 때문입니다.

새 차는 대부분 본토보다 2,000~5,000달러 정도 비싼 경우가 많고, 인기 차종은 원하는 옵션을 바로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중고차도 공급이 적어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편입니다. 특히 4륜구동 SUV나 픽업트럭은 몇 년 된 차량도 감가상각이 크지 않습니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차는 역시 토요타입니다. 토요타 Tacoma, Tundra, 4Runner, RAV4와 렉서스 RX의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그다음으로는 Ford F-150, Chevrolet Silverado, GMC Sierra 같은 픽업트럭이 흔합니다. 겨울 눈길과 비포장도로, 캠핑 문화 때문입니다. Subaru Outback과 Forester도 눈길 성능이 좋아 자주 보입니다.

그렇다고 고급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리지 시내에는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도 생각보다 많이 다닙니다. 의사, 변호사, 석유회사 직원, 사업가들이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겨울에는 차고에서 보관하고 SUV를 함께 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스포츠카는 눈이 많이 오는 계절에는 사실상 몇 달 동안 운행하기 어려워 여름 세컨드카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스노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은 거의 상식입니다. 여름용 타이어로 겨울을 버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차량 안에는 점프 케이블, 손전등, 담요, 작은 삽, 보조 배터리, 간단한 간식과 물까지 넣어 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눈길에서 사고가 나거나 차량이 멈추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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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래된 차량이라면 엔진 블록 히터가 장착되어 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영하의 날씨에서는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 주차장 전기 콘센트에 차량을 연결해 두는 모습을 겨울철에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의료 준비입니다.

앵커리지는 알래스카에서 의료 시설이 가장 좋은 도시이지만, 전문의 예약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성질환이 있다면 기존 병원의 영문 진료기록과 처방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과 치료도 가능하면 이사 전에 끝내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알래스카는 치료비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생활비입니다.

집값은 캘리포니아나 뉴욕보다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식료품 가격은 꽤 비쌉니다. 많은 물건을 배나 항공편으로 운송하기 때문입니다. 우유, 과일, 채소 같은 신선식품도 타주보다 비싼 경우가 흔합니다.

대신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창고형 매장이나 대형 마트를 잘 활용하면 생활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냉동식품을 넉넉하게 구입해 두는 집도 많습니다.

다섯 번째는 행정 절차입니다.

알래스카에는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영구기금 배당금(PFD) 제도가 있습니다. 다만 일정한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으므로 이사 후에는 운전면허 변경, 주소 이전, 각종 행정 절차를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주 면허를 가진 경우에는 일정 기간 안에 알래스카 면허로 교환해야 합니다.

사실 이곳 겨울에는 낮이 매우 짧아지고, 여름에는 밤 10시가 넘어도 환한 백야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생활 패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퇴근길에 무스가 길가를 지나가고, 맑은 밤이면 오로라가 하늘을 수놓으며, 주말이면 차로 조금만 나가도 빙하와 호수, 끝없이 펼쳐진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은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앵커리지는 화려한 대도시는 아닙니다. 대신 자연을 가까이 두고 조금은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매력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