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마트 커피 코너에서 늘 사던 원두 봉지를 집었다가 가격표를 다시 봤습니다. 분명 같은 브랜드, 같은 용량인데 기억 속 숫자와 차이가 꽤 났습니다.
커피는 저희 집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일 빠지지 않는 기호품입니다. 아침에 한 잔, 오후에 한 잔은 일종의 의식처럼 굳어져 있어서 가격이 오르면 체감이 바로 옵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data부터 찾아봤습니다. 감으로 비싸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얼마나 올랐는지는 다른 문제니까요. 숫자를 확인해야 대응 방법도 정확해집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매달 100% 분쇄 원두 1파운드의 전국 평균 소매가를 발표합니다. 2024년 9월에는 6.47달러였습니다.
올해 9월 같은 항목은 9.33달러입니다. 2년 만에 44% 정도 오른 셈이고, 솔직히 저도 계산기를 두 번 두드려 봤습니다.
요즘 2년 새 55% 올랐다는 얘기도 돌던데, 소매가 기준으로는 그 숫자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내는 돈은 40%대 중반 상승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물론 40%대 중반도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같은 기간 일반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몇 배 수준입니다.
계란처럼 한 번 크게 튀었다가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품목과도 성격이 다릅니다. 커피는 꾸준히, 계단을 오르듯 한 칸씩 올라온 경우라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흐름을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올해 1월 9.37달러로 당시 이 통계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4월에는 9.72달러까지 갔습니다.
그 뒤로는 조금 내려와서 7월부터 9월까지 9.3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급등은 멈췄지만 내려오지도 않는, 일종의 plateau 상태입니다.
원인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브라질 가뭄과 서리 같은 날씨 문제로 생두 공급이 줄어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관세였습니다. 작년 한때 브라질산 커피에 높은 관세가 붙었다가, 2025년 11월 행정명령으로 커피가 면제 품목이 됐습니다.
선물시장은 이미 방향을 틀었습니다. 뉴욕 아라비카 선물은 작년 10월 중순 파운드당 3.88달러 수준이었는데, 올해 10월 초에는 2.95달러 선입니다.
브라질이 올해 기록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최근 폭우로 수확과 건조가 늦어졌다고 하니 낙관만 할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거래소 인증 재고도 지난 9월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조금 회복한 정도라고 합니다. 공급 쪽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선물 가격이 떨어져도 마트 진열대 가격은 한참 늦게 따라온다는 점입니다. 오를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린 전형적인 rockets and feathers 현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좀 불만입니다. 원가가 내려가면 그 혜택도 소비자에게 공정하게 돌아와야 시장이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홈카페는 이제 손해일까요?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한 잔에 원두 15그램을 쓰면 1파운드로 30잔 정도가 나옵니다.
지금 평균가로 나누면 한 잔 원두값은 31센트 정도입니다. 2년 전 가격으로는 22센트쯤이었으니 한 잔에 10센트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하루 두 잔이면 한 달 60잔, 원두값은 18달러 남짓입니다. 2년 전보다 한 달에 6달러 정도 더 나가는 계산이 나옵니다.
퍼센트로 보면 놀랍지만, 절대 금액으로 보면 생각보다 감당할 만합니다. 카페에서 라떼 한 잔 사 먹는 돈이면 집에서 열 잔 넘게 내릴 수 있으니까요.
우유나 시럽을 더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카페 메뉴 가격에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함께 들어 있어서, 원두값 상승분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원두값이 올라도 홈카페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싸고, 아낄 여지는 오히려 집 안에 더 많습니다.
첫째, 저울을 쓰세요. 숟가락으로 대충 퍼 담으면 생각보다 많이 쓰고, 맛도 매번 들쭉날쭉해집니다. 저는 계량을 시작하고 한 봉지로 버티는 기간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둘째, 홀빈을 큰 용량으로 사서 소분해 냉동하세요. 홀세일 매장 대용량 봉지는 파운드당 단가가 낮은 경우가 많고, 밀봉해서 얼려두면 향 손실도 줄어듭니다. 꺼낼 때는 일주일 분량씩만 꺼내는 게 요령입니다.
셋째, 마트 자체 브랜드를 한 번쯤 시도해 보세요. 매일 마시는 드립 커피라면 블라인드로 마셔서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넷째, 캡슐 커피는 그램당 단가를 꼭 따져 보세요. 편리함 값이 붙어 있어서, 원두가 오른 지금은 그 차이가 더 커 보입니다.
다섯째, 가격표의 unit price를 보세요. 봉지 크기가 슬쩍 줄어드는 shrinkflation은 총액만 봐서는 잘 안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일 주기를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커피는 보관이 되는 품목이라 할인할 때 두세 봉지 사두는 전략이 잘 통합니다. 다만 너무 많이 쟁이면 결국 묵은 원두를 마시게 되니 두 달 치 정도가 적당합니다.
앞으로 몇 달은 선물 가격 하락이 소매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지켜볼 만합니다. BLS 데이터는 매달 나오니 저도 계속 체크해 볼 생각입니다. 내려가는 숫자가 보이면 그때 다시 정리해서 공유하겠습니다.
저라면 지금 카페 횟수를 조금 줄이고, 집에서는 계량과 냉동 보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숫자로 보면 홈카페는 여전히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승리는월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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