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경계선 수치, 그냥 넘기면 안 되는 4가지 항목 - Kansas City - 1

오늘도 아침 공기가 아주 상쾌합니다. 가을 하늘처럼 기분 좋게 시작해 봅시다!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오셨어요. 빨간 표시가 하나도 없으니 다 괜찮은 거 아니냐고 웃으시더군요.

그런데 들여다보니 공복혈당이 108이었습니다. 정상 범위를 살짝 넘긴 이른바 경계선 수치였지요.

이런 숫자는 아프지도 않고 표시도 애매해서 다들 그냥 넘어갑니다. 오늘은 바로 이 경계선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혈당입니다. CDC 기준으로 공복혈당 100에서 125, 또는 A1C 5.7에서 6.4퍼센트면 당뇨 전단계로 봅니다.

126이 안 되니 당뇨는 아니라고 안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단계라는 말 자체가 지금 방향을 틀 기회라는 뜻이에요.

A1C는 지난 두세 달 동안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입니다. 검사 전날 하루 굶었다고 확 달라지지 않으니 평소 생활습관이 정직하게 드러나는 셈이지요.

CDC 통계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 성인 9,760만 명, 성인 인구의 38.0퍼센트가 당뇨 전단계라고 합니다.

65세 이상만 따로 보면 더 놀랍습니다. 2,720만 명, 무려 48.8퍼센트예요. 시니어 둘 중 한 명꼴이니 남의 일이 아니지요.

밥과 떡, 국수를 사랑하는 우리 한인 시니어들은 특히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저도 흰쌀밥 양을 조금 줄이고 잡곡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지금은 구수한 맛에 오히려 정이 들었어요.

두 번째는 혈압입니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심장학회 기준에서 정상은 120/80 미만입니다.

수축기 120에서 129이면서 이완기가 80 미만이면 상승 단계라고 부릅니다. 아직 고혈압은 아니지만 경고등이 깜빡이는 단계예요.

수축기 130에서 139, 또는 이완기 80에서 89면 이미 1단계 고혈압입니다. 예전에는 140/90을 기준으로 알던 분이 많아서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위아래 숫자가 서로 다른 단계에 걸치면 더 높은 쪽으로 분류합니다. 위는 125인데 아래가 85라면 1단계라는 얘기지요.

병원에서 잰 혈압이 긴장 탓인지 궁금하다면 집에서 같은 시간에 며칠 재서 적어 두세요. 그 기록이 진료 때 아주 쓸모가 있습니다. 숫자 옆에 그날 짜게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한 줄 적어 두면 더 좋고요.

세 번째는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흔히 130에서 159 사이를 경계선 높음으로 분류합니다.

100 미만이 최적, 160 이상은 높음으로 봅니다. 그 사이 숫자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서 몇 년씩 방치되곤 하지요. 저도 한때 140 언저리를 몇 해 그냥 두었다가 의사에게 한 소리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콜레스테롤은 숫자 하나로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혈압, 혈당, 흡연, 가족력을 함께 놓고 위험도를 따지기 때문에 같은 140이라도 사람마다 의미가 달라요.

네 번째는 많이들 그냥 지나치는 콩팥 수치, eGFR입니다. 60 미만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면 만성 콩팥병 기준에 들어갑니다.

eGFR은 피검사의 크레아티닌 값으로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나이 탓이려니 하고 넘기기 쉬운데, 바로 그 방심이 문제입니다.

소변 검사의 알부민 크레아티닌 비율이 30mg/g을 넘는 것도 콩팥 손상의 신호로 봅니다. eGFR이 괜찮아도 이 수치는 따로 챙겨 보셔야 해요.

한 번 나쁘게 나왔다고 바로 진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몇 달 뒤 다시 검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럼 경계선 수치를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 저는 결과지를 버리지 않고 해마다 한 파일에 모아 둡니다.

숫자 하나보다 흐름이 훨씬 많은 걸 말해 줍니다. 작년 102, 올해 108이면 같은 경계선이라도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진료 예약 때는 이번에 경계선 나온 항목을 언제 다시 검사하면 좋을지 꼭 물어보세요. 영어가 부담스러우면 질문을 미리 종이에 적어 가면 됩니다.

결과지 해석과 다음 단계는 사람마다 다르니 반드시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글이나 지인 말만 믿고 스스로 약을 끊거나 시작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메디케어 연례 웰니스 방문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자리에서 경계선 항목을 하나씩 짚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기회이니 아껴 두지 말고 꼭 챙겨 쓰시길 권합니다.

저는 걷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단풍길을 친구들과 수다 떨며 걷다 보면 혈압이고 혈당이고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기분이에요. 걷고 나서 먹는 따끈한 국 한 그릇은 또 얼마나 꿀맛인지 모릅니다.

경계선은 겁먹으라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 움직이면 된다는 초대장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는 말, 건강에 딱 맞는 말이지요.

오늘 서랍 속 결과지 한번 꺼내 보세요. 빨간 표시 없는 숫자까지 들여다보는 그 5분이 우리 노후를 훨씬 활기차게 만들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