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샌디에이고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미국 생활도 벌써 17년 차라 그런지 이제는 이 도시가 완전히 제 삶의 중심이 됐고, 그래서 중요한 날도 이곳에서 치르고 싶었죠.
가족, 친구, 지인들을 모시고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고, 뷔페보단 코스 요리가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결혼식은 샌디에이고에 있는 5성급 호텔에서 진행했어요.
하객 식대는 1인당 300달러가 넘는 5코스 코스 요리였고, 신랑이 놀랄정도로 예산을 꽤 초과했지만 그래도 한 번뿐인 날이니까 부모님 도움을 받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 며칠 뒤,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제 결혼식 후기를 올렸더라고요.
그 친구는 평소에도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이긴 한데, 딱 봐도 너무 솔직(?)한 글이었어요.
제목은 “샌디에이고 호텔 결혼식 하객 솔직 후기”였고, 사진만 해도 10장 넘게 정성껏 올렸더라고요.
문제는 그 내용이었어요.
“코스 요리 모두 실망스러웠다”는 말로 시작해서,
“양이 너무 적다, 스테이크는 질기고 굽기 상태가 별로였다, 디저트는 그냥 평범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다 평가해놨어요.
그걸 읽는 순간 진짜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저한테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었는데, 왜 굳이 그걸 SNS에 그렇게 비판적으로 남겨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 친구가 그렇게 미식가였나, 그때 처음 알았네요.
게다가 이상한 건요,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 결혼식에서는 그런 후기 한 번도 안 올렸거든요.
음식 사진 한 장도 안 찍더니, 왜 제 결혼식에서만 접시 사진을 그렇게 열심히 찍고, 글을 정성껏(?) 썼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정보 공유가 목적이었다면, 다른 친구들 결혼식도 똑같이 올렸어야 맞는 거 아닌가요?
처음엔 정말 기분이 상했고, 지금도 찜찜해요.
그래도 저도 결혼 준비하면서 후기글 많이 찾아본 입장이니까, “그냥 못 본 척 넘기자”는 생각도 들고요.
그 친구도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정말 정보 차원에서 올렸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마음에 계속 남아요.
말이라도 한 번 할까 싶어요.
“사실 그 글 보고 좀 속상했어”라고.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 또 말 안 하면 계속 마음에 걸릴 것 같고…
결혼은 준비할 때도 복잡하지만, 끝나고 나서도 이런 식으로 마음이 뒤숭숭해지네요.
좋은 날,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 씁쓸한 감정이 앞섭니다.
혹시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