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스프링스로 이사 오시는 분들이 처음에 의외로 놀라는 게 하나 있습니다.
"사막이면 벌레가 별로 없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생명체들이 꽤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겁먹으실 필요는 없지만, 미리 알고 계시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건 역시 전갈입니다. 특히 사막나무껍질전갈(Bark Scorpion)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녀석이에요.
낮에는 돌 밑이나 장작 더미, 차고 구석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도 드물게 있어서 현지 분들은 신발을 신기 전에 한 번 털어보고, 수건이나 장갑도 가볍게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설마 집에 전갈이 들어오겠어?" 했는데, 오래 사신 분들은 하나같이 조심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하나는 검은 과부거미(Black Widow)입니다. 까만 몸에 빨간 모래시계 모양이 있는 거미인데, 차고나 창고, 야외 의자 밑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영화에 자주 나오는 커다란 타란튤라는 생긴 것만 무서울 뿐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을철에 짝을 찾으러 도로를 건너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깜짝 놀라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가면 됩니다.
벌과 말벌도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야외에서 음료수를 마시다가 말벌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뚜껑 없는 캔 음료는 한 번씩 확인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분들이 겪는 게 꽃가루 알레르기입니다. 사막이라 꽃가루가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올리브나무, 메스키트, 야자수 같은 식물의 꽃가루 때문에 봄철에 눈이 가렵고 콧물이 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알레르기가 없었는데 미국 와서 처음 생겼다는 분들도 종종 계시더라고요.
팜스프링스에서 꼭 알아두셔야 할 질환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밸리 피버(Valley Fever)입니다. 사막 흙 속에 있는 곰팡이 포자가 강한 바람을 타고 공기 중으로 날아다니다가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되는 질환입니다. 감기처럼 기침하고 열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 기침이 계속되거나 피로가 심하면 병원에서 밸리 피버 검사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공사 현장이나 먼지가 심한 곳에서 오래 일하시는 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현지에 오래 사시는 미국분들도 대부분 특별한 문제 없이 생활합니다. 집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신발 한 번 털어 신고, 여름철에는 문을 오래 열어두지 않는 정도만 실천해도 대부분 예방이 가능합니다.
결국 팜스프링스는 한국과 자연환경이 다를 뿐입니다. 처음에는 전갈 이야기만 들어도 겁이 나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아, 여기가 사막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미리 알고 조심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막 생활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반만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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