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은 웨스트버지니아 주 Morgantown - Morgantown - 1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하면 한국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합니다.

뉴욕이나 LA처럼 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곳도 아니고, "거기 뭐가 있어?"라는 말부터 나오기 쉬워요.

그런데 Morgantown은 생각보다 꽤 중요한 도시입니다.

Monongalia County의 중심 도시이면서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 바로 WVU 본교가 있는 대학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모건타운의 역사는 1700년대까지 올라갑니다. 도시 이름 역시 초기 정착과 관련된 Morgan 가문에서 유래했습니다.

이후 농업 중심의 작은 정착지에서 출발해 철도와 석탄 산업이 성장하면서 도시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그리고 모건타운의 운명을 바꾼 것이 1867년 설립된 West Virginia University입니다.

지금 모건타운을 이야기하면서 WVU를 빼면 사실 설명할 게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대학이 단순히 학생들 공부하는 장소가 아니라 도시의 직장이고 병원이고 연구소이며 스포츠와 문화의 중심이기 때문이에요.

학기가 시작하면 젊은 사람들이 확 늘어나고 방학이면 거리가 조금 조용해집니다. 풋볼 경기라도 있는 날에는 도시 전체가 Gold and Blue로 뒤덮입니다.

경제 역시 대학의 영향이 큽니다.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WVU Medicine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J.W. Ruby Memorial Hospital 같은 대형 대학병원이 있어서 웨스트버지니아 다른 지역의 환자들도 모건타운으로 옵니다.

의료, 공학, IT, 에너지 관련 연구도 활발해서 단순한 옛날 탄광도시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날씨는 사계절이 분명합니다. 여름에는 보통 낮 기온이 80°F대로 올라가고 습한 날도 제법 있어요. 한국 여름에 익숙한 분이라면 아주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웨스트버지니아 산속이니까 여름에도 시원하겠지" 생각하면 틀립니다.

겨울은 반대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과 얼음을 만날 수 있어요. 특히 이 동네는 언덕이 많아서 눈 오는 날 운전은 조심해야 합니다. 평지에서 눈길 운전하는 것하고 경사진 주택가 올라가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거든요.

대신 봄과 가을은 참 좋습니다. 특히 가을에는 아팔래치아 산맥의 단풍 때문에 자동차로 조금만 나가도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Coopers Rock State Forest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모건타운에서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고 산책부터 본격적인 하이킹까지 즐길 수 있어요. West Virginia Botanic Garden도 있고, 시내에서는 강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트레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생활 문화는 역시 WVU 중심입니다. 농구는 WVU Coliseum, 풋볼 시즌에는 Milan Puskar Stadium 주변이 들썩입니다. 미국 대학 스포츠에 관심 없던 사람도 여기 몇 년 살다 보면 경기 결과 정도는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이웃들이 전부 그 이야기를 하니까요.

Morgantown Farmers Market처럼 지역 농산물과 로컬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대학을 중심으로 공연이나 전시 같은 문화행사도 꾸준히 열립니다. 대도시처럼 매일 새로운 행사가 쏟아지는 곳은 아니지만 찾아보면 의외로 할 일이 많아요.

교통은 I-79와 I-68을 이용하기 편합니다. 특히 피츠버그가 가까운 것이 상당한 장점이에요. Pittsburgh International Airport를 이용하면 장거리나 국제선 선택지가 훨씬 넓어집니다. 모건타운에도 작은 공항이 있지만 대도시 공항과 비교할 규모는 아닙니다.

결국 모건타운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WVU가 먹여 살리는 아팔래치아 대학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집값과 생활비는 미국 대도시보다 비교적 부담이 적고, 대학과 대형 의료시설이 있으며 조금만 나가면 산과 숲이 펼쳐집니다. 대신 대도시의 화려한 쇼핑과 밤문화를 기대하면 심심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면서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게 장점입니다. 처음 보면 산속 작은 도시 같은데 조금 살아보면 교육, 의료, 자연이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모건타운은 화려하게 자랑하는 도시는 아닙니다. 대신 살다 보면 "여기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말이 슬슬 나오는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