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없이 걷는 미니애폴리스 스카이웨이의 진짜 비밀 - Minneapolis - 1

아침에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바람이 얼굴을 때리더라고요. 겨울 초입인데도 벌써 손끝이 저릿했어요.

그런데 다운타운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얇은 니트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걸어 다니고 있었어요. 다들 코트를 어디다 두고 온 걸까 싶어서 한참을 두리번거렸죠.

답은 머리 위에 있었어요. 건물 2층 높이에서 길 건너 건물로 이어지는 유리 다리, 바로 스카이웨이예요.

처음 이 동네 겨울을 겪는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할 거예요. 바깥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날이 있어도 스카이웨이 안에서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점심 약속에 가요.

그래서 오늘은 이 스카이웨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좀 찾아봤어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재밌더라고요.

첫 스카이웨이는 1962년에 생겼어요. 지역 개발업자 레슬리 파크가 노스스타 센터를 지으면서 마켓 애비뉴 위로 보행자 다리를 놓은 게 시작이었대요.

이 첫 다리는 지금 남아 있지 않아요. 나중에 은행 타워를 새로 지으면서 철거됐거든요.

대신 1963년 6월에 열린 7번가 위 구간이 지금도 쓰이는 가장 오래된 스카이웨이예요. 노스스타 센터와 로어노크 빌딩을 잇는 다리인데, 60년 넘게 매일 사람들이 건너다니고 있는 셈이죠.

재밌는 건 출발 동기예요. 날씨를 피하려고 만든 줄만 알았는데, 기록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당시 교외에 사우스데일 같은 실내 쇼핑몰이 생기면서 다운타운 상권이 손님을 뺏길까 걱정했대요. 다운타운도 쇼핑몰처럼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자는 계산이 있었던 거죠.

붐비는 인도와 차도에서 보행자를 떼어 놓자는 목적도 있었다고 해요. 결국 추위 대책은 나중에 따라온 덤에 가까웠던 셈이에요.

1972년까지 구간이 일곱 개로 늘었지만, 서로 뚝뚝 끊겨 있었대요. 다리는 있는데 길은 아니었던 거예요. 케이크 시트만 여러 장 구워놓고 크림으로 아직 붙이지 않은 상태랑 비슷했달까요.

이걸 하나로 묶은 게 IDS 센터였어요. 건축가 필립 존슨이 설계에 참여한 이 건물의 크리스털 코트에서 스카이웨이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진짜 네트워크가 됐어요.

저는 크리스털 코트를 지날 때마다 거대한 유리 케이크 돔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요. 천장으로 쏟아지는 겨울 햇빛이 머랭 위에 슈가파우더 뿌린 것처럼 하얗거든요.

지금은 규모가 정말 커졌어요. 시 관광 안내 사이트 기준으로 10마일이 넘는 통로가 80개 블록을 잇고 있대요.

사실 자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달라요. 오래된 자료에는 8마일이라고 나오기도 해서, 그만큼 계속 늘어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미니애폴리스 스카이웨이는 시가 운영하는 공공 통로가 아니에요. 구간마다 연결된 건물이 각자 소유하고 관리해요.

그래서 운영 시간이 건물마다 달라요. 관광 안내에는 연결 건물 대부분이 평일 오후 6시까지 열고 주말엔 닫는다고 나와 있어요.

저도 처음에 토요일 오후에 갔다가 문이 잠겨 있어서 결국 코트 여미고 바깥길로 돌아간 적이 있어요. 그날 손이 얼어서 집에 와서 버터 녹이는 것도 한참 걸렸다니까요.

바로 옆 세인트폴은 또 달라요. 거기 스카이웨이는 시가 소유하고 공공 지역권으로 관리하는 방식이에요.

같은 겨울, 같은 유리 다리인데 운영 철학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신기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공공 통로 쪽이 더 마음에 들어요.

민간이 소유하다 보니 건물 사정에 따라 문이 닫히거나 통로가 끊기는 일이 생기거든요.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은근히 불편해요. 도시의 겨울 생활을 떠받치는 길이라면 누구나 같은 시간에 기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스카이웨이에는 이 도시 겨울만의 리듬이 있어요.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통로 옆 작은 카페에서는 갓 구운 머핀 냄새가 흘러나와요.

저는 다운타운 볼일이 있을 때 일부러 스카이웨이 카페에서 라테 한 잔과 에그 타르트를 사요. 바삭한 겉과 촉촉한 커스터드를 씹으면서 유리창 너머 눈 내리는 거리를 보면 괜히 마음이 말랑해지거든요.

처음 걸어보실 분들께 하나만 말씀드리면, 길 잃기 정말 쉬워요. 통로마다 붙은 안내 표지와 지도를 꼭 확인하세요. 비슷한 유리 복도가 계속 이어져서 방향 감각이 금방 사라지거든요.

또 운영 시간은 건물마다 바뀔 수 있으니, 주말이나 저녁에 가실 거면 미리 확인하는 게 좋아요. 저처럼 잠긴 문 앞에서 돌아서지 않으려면요.

교외 쇼핑몰과 경쟁하려던 한 개발업자의 아이디어가 60년 넘게 자라서 도시의 겨울 풍경을 바꿔 놓았다는 게 저는 참 낭만적이에요.

올겨울에도 코트는 사무실 옷걸이에 걸어두고, 따뜻한 유리 다리 위에서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걸어보세요. 겨울을 버티는 이 도시만의 달콤한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