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개봉한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10 Things I Hate About You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The Taming of the Shrew'를 완벽하게 현대 고등학교 배경으로 재구성 한 영화입니다.
원작의 복종적인 여성관을 완전히 뒤집어, 90년대 말 부상하던 '페미니즘적 주체성' 문화를 반영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줄리아 스타일스가 연기한 주인공 '캣 스트랫퍼드(Kat Stratford)'는 남성들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실비아 플라스를 읽으며, 여성 록 밴드에 열광하는 독립적인 캐릭터입니다.
영화는 캣을 '치유받아야 할 말괄량이'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신념을 가진 주체'로 그려내며 하이틴 로맨스 장르의 진일보를 이룩했습니다. 배경이 되는 학교 이름 '패든(Padua)' 역시 원작의 배경인 이탈리아 '파도바(Padova)'에서 따오는 등, 문학적 위트를 세련되게 녹여냈습니다.
이 작품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무명 배우였던 히스 레저(Heath Ledger)를 할리우드와 전 세계에 각인시킨 기념비적인 데뷔작입니다.
그가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잡고 브라스 밴드의 연주에 맞춰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며 춤추던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낭만적인 고백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당시 할리우드가 정형화된 미소년 이미지의 하이틴 스타를 소비하던 것과 달리, 히스 레저는 거칠면서도 내면의 따뜻함과 장난기를 머금은 '패트릭 버로나(Patrick Verona)'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이후 브로크백 마운틴, 다크 나이트를 통해 위대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그가 싱그러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남겼다는 사실은, 그를 그리워하는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애틀과 타코마의 우중충하면서도 푸르른 풍경은 90년대 말 얼터너티브 록과 그런지(Grunge) 음악의 메카였던 미국 서북부의 감성을 고스란히 시각화합니다.
레터 투 클레오(Letter to Cleo), 세이브 페리스(Save Ferris) 등의 경쾌하면서도 반항적인 사운드트랙은 영화 전체의 톤앤매너를 형성하며, 당대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해방감을 대변하는 문화적 텍스트로서의 의미를 더합니다.
제작비: 약 1,600만 달러 (당시 기준으로도 비교적 저예산)
북미(미국/캐나다) 흥행 수익: $38,178,166 (약 3,817만 달러)
월드와이드(글로벌) 총수익: $60,414,032 (약 6,041만 달러)
개봉 첫 주말에 약 8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는데, 당대 메가 히트작이었던 SF 대작 The Matrix와 같은 날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두어들인 값진 성과였습니다. 장르적 한계와 타깃 관객층(10대~20대 초반)이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며 롱런했습니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은 "여타 가벼운 하이틴 영화들과 달리 대사가 지적이고 위트가 넘친다"며 호평했습니다.
특히 줄리아 스타일스와 히스 레저의 스크린 장악력과 화학 반응에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이 흥행에 힘입어 2009년에는 ABC Family 채널에서 동명의 TV 시리즈 드라마로 리메이크되기도 하는 등, 미국 팝 컬처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 개봉보다 다소 늦은 1999년 11월 13일에 개봉했습니다. 당시 한국 극장가는 통합 전산망이 구축되기 전이어서 정확한 전국 관객 수는 집계되지 않으나, 서울 관객 기준 약 6만 8천 명을 동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비록 극장 흥행은 소박했으나, 이 영화의 진짜 흥행은 극장 종영 이후 비디오 대여 시장, 지상파 TV 주말 명화(KBS 등), 그리고 케이블 영화 채널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숨겨진 보석 같은 하이틴 영화"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운로드 및 VOD 시장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2008년 히스 레저의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진 이후, 그의 가슴 설레는 리즈 시절과 순수한 미소를 보고 싶어 하는 국내 팬들의 '스트리밍 주행'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에서 하이틴 로맨스 추천 리스트에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개봉한 지 2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국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인생 영화'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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