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목욕탕 바나나 우유, 미국에서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 Fullerton - 1

저는 열다섯 살까지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미국 생활이 아무리 길어져도 어릴 때 먹었던 음식 맛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나나 우유입니다.

어릴 때 수원에서 아버지와 목욕탕에 자주 갔습니다. 뜨거운 탕에 들어갔다가 때를 밀고 나오면 아버지가 바나나 우유를 하나 사주셨습니다.

그때는 목욕탕에서 마시는 바나나 우유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차가운 유리병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시면 달콤한 바나나 향이 올라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데 그 맛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미국에서도 한국 마트에 가면 바나나 우유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끔 사 마시기는 하는데 어릴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바나나 특유의 향이 너무 일정하고 강해서 실제 과일보다 바나나 향료로 만든 음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미국은 우유가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고소합니다. 바나나 역시 어느 마트에 가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재료가 이렇게 좋은데 굳이 완제품을 사 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바나나 우유 만드는 방법

재료는 아주 간단합니다.

  • 우유 250ml

  • 잘 익은 바나나 1개

  • 꿀 또는 설탕 1작은술 (선택)

  • 소금 아주 조금

  • 바닐라 익스트랙 1~2방울 (선택)

저는 보통 홀밀크(Whole Milk)를 사용합니다.

미국 우유 중에서도 유지방이 들어 있는 홀밀크가 바나나와 잘 어울립니다. 저지방 우유로 만들어도 되지만 고소한 맛은 조금 약해집니다.

바나나는 껍질에 갈색 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을 고릅니다.

이게 첫 번째 비법입니다.

노란색이 깨끗한 바나나보다 갈색 점이 조금 생긴 바나나가 당도도 높고 향도 진합니다.

너무 덜 익은 바나나는 우유와 갈았을 때 풋내가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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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향을 진하게 만드는 비법

제가 여러 번 만들어 보면서 알게 된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나나를 냉동하는 것입니다. 잘 익은 바나나를 껍질을 벗겨 적당히 잘라 냉동실에 두었다가 사용합니다.

냉동 바나나를 우유와 갈면 얼음을 넣지 않아도 차갑고 걸쭉한 바나나 우유가 됩니다.

다만 냉동한다고 바나나 향 자체가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얼음 때문에 맛이 묽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큽니다.

두 번째는 우유를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바나나 하나에 우유를 400ml 정도 넣었는데 맛이 상당히 싱거웠습니다.

지금은 바나나 하나에 우유 200~250ml 정도를 넣습니다. 바나나 맛이 훨씬 진하고 고소합니다.

세 번째는 바닐라 익스트랙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입니다. 정말 한두 방울이면 충분합니다.

바닐라 향이 바나나의 달콤한 향을 조금 더 풍부하게 느끼도록 도와줍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바나나 우유가 아니라 바닐라 밀크셰이크가 됩니다.

그리고 소금을 아주 조금 넣습니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몇 알 정도 넣으면 소금이 단맛을 조금 더 또렷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믹서기는 오래 돌리지 않습니다

재료를 모두 넣고 믹서기로 20~30초 정도만 갈아줍니다. 바나나가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그만 돌려도 됩니다.

너무 오래 돌리면 거품이 많이 생기고 우유 온도도 조금 올라갑니다.

저는 갈자마자 바로 마시는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나나가 갈변하면서 색이 변하고 신선한 향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바나나 자체가 충분히 달면 설탕이나 꿀은 넣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시중 바나나 우유처럼 노란색이 진하지는 않습니다. 색깔은 오히려 아이보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실제 바나나 맛은 훨씬 진합니다.

목욕탕 바나나 우유와는 조금 다른 맛

솔직히 집에서 만든 바나나 우유가 어릴 때 목욕탕에서 마셨던 그 맛과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때 마셨던 바나나 우유는 지금 생각하면 바나나 향료와 설탕이 만들어 낸 맛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맛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음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갔던 시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왔을 때의 시원함, 목욕탕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우유까지 전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겠죠.

지금 플러튼 집에서 바나나와 우유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 마시면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납니다.

맛은 조금 달라도 괜찮습니다. 미국 우유의 고소한 맛과 잘 익은 바나나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어울리는 것도 나름대로 좋습니다.

재료비도 얼마 들지 않고 만드는 데 2분이면 충분합니다.

바나나 우유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만들어 보세요. 특히 바나나를 충분히 익히고 우유를 조금 적게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수원 목욕탕에서 아버지가 사주시던 기억보정이 왕창 된 그 시절의 바나나 우유만큼 맛있을 수는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