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비에도 과세 범위를 넓히겠다는 미국정부  - San Francisco - 1

간만에 옛날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2005년도 이베이 결제 내역을 보게 됐다.

누가 안마신다고 판 자니워커 블루 새거 케이스포함 무료배송 까지 100불 결제였다. (이거 사서 친구생일 선물 준 기억이 난다 ㅋ)

그때는 온라인 쇼핑으로 술도 팔고 (지금은 나이확인, 이베이 하드리커 판매금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물건을 하나 사도 괜히 이득 본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판매세(Sales Tax)를 안 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베이에서 중고 카메라를 사고, 아마존에서 책을 사고,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컴퓨터 부품을 주문하면 화면에 찍히는 금액이 정말 끝이었다.

50달러면 카드에서도 50달러가 빠져나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같은 물건을 사면 세금이 붙었지만 인터넷은 마치 별도의 세상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 온라인 쇼핑은 소비자에게 주어진 일종의 보너스였다.

아마존도 지금처럼 모든 것을 파는 거대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책을 사고 CD를 사고 가끔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정도였다.

이베이는 말 그대로 보물찾기였다. 개인들이 올린 희귀 물건을 경매로 낙찰받는 재미가 있었고, 판매세는 거의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러던 세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대법원이 2018년 사우스다코타 대 웨이페어(South Dakota v. Wayfair)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매장이 없는 온라인 업체도 일정 기준 이상의 판매를 하면 해당 주의 판매세를 징수할 수 있게 됐다.

그 이후였다.

아마존도 세금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베이도 붙고, 월마트 온라인도 붙고, 작은 쇼핑몰도 대부분 판매세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서비스, 온라인 구독 서비스까지 판매세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 모든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성은 분명하다. 실물이 아니라 디지털 소비에도 과세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시대가 정말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DVD를 샀다.

이제는 넷플릭스를 구독한다.

예전에는 포토샵을 샀다.

이제는 매달 어도비 구독료를 낸다.

예전에는 오피스를 한 번 구입하면 몇 년을 사용했다.

지금은 Microsoft 365를 매년 갱신한다.

이메일 서비스, AI 서비스, 음악 스트리밍, 동영상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공간, 회계 프로그램까지 모두 월 구독이다.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문제는 정부도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다는 점이다.

소비가 디지털로 이동하면 세금도 따라간다.

예전에는 택배 상자를 과세했다면 이제는 서버 안에 있는 데이터에도 세금을 붙이려는 시대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다 보면 이런 변화가 더 피부로 느껴진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 사람들은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고, 클라우드가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 미래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세수(稅收)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사람들이 더 이상 DVD를 사지 않고 넷플릭스를 본다면 세금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는 맞다. 경제 구조가 변했는데 과세 체계만 20년 전 그대로일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씁쓸하다.

예전 인터넷은 자유의 공간이었다.

가격도 저렴했고, 규제도 적었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계정을 만들기 전에 본인 인증을 하고, 개인정보를 넘기고, 월 구독료를 내고, 판매세까지 낸다. 거기에 광고까지 본다.

돈을 내면서 광고를 보고,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세금도 낸다.

가끔은 우리가 고객인지, 상품인지 헷갈릴 정도다.

인터넷은 처음 등장했을 때 '국경 없는 자유시장'처럼 보였다. 누구나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소비자는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026년의 인터넷은 현실 세계보다 더 촘촘하게 관리되는 거대한 상업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베이에서 판매세 없이 중고 카메라 하나를 낙찰받고 괜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인터넷이 늙어버린 걸까.